[아시아경제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의류ㆍ가전제품ㆍ화장품 등이 국내에서 거품이 많이 낀 고가에 판매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정부는 기획재정부ㆍ산업통상자원부ㆍ관세청 등 유관부서 합동으로 '수입부문 경쟁 제고 방안'을 오는 3월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이다.
해외 상품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별도의 경로로 같은 상품을 국내에 들여와 팔 수 있게 하는 병행수입 제도는 1995년에 처음 도입됐다. 그 뒤로 이 제도는 수입제품의 국내가격 안정화에 기여했다. 그러나 유명 브랜드 제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우리나라에서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사례는 아직도 많다. 예를 들어 국내 시판가격이 100만원이 훨씬 넘는 '캐나다 구스' 패딩 점퍼가 캐나다 현지에서는 7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된다.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인은 호갱님(호구 고객님)'이라는 자조의 말까지 오간다.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병행수입 활성화 대책은 수입경로 다변화, 통관인증 기준 완화, 애프터서비스 강화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경로 다변화의 한 방법은 해외 제조업체와의 직거래나 도매상을 통한 거래 외에 해외 할인점이나 인터넷몰 등 산매시장 구매로도 병행수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통관인증 기준은 품질에 대한 신뢰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애프터서비스 강화 방안으로는 병행수입업계의 협회를 통한 공동 애프터서비스 체제 도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그간에도 여러 차례 병행수입 제도 개선대책을 내놨지만 땜질에 그친 탓에 수입제품 가격 거품이 여전하다는 점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이번엔 소비자들이 효과를 확실히 체감할 정도의 고강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공산품 수입가격 공개 의무화 법안의 취지를 수용할 수도 있겠다. 병행수입을 방해하는 국내 독점업체나 대형 유통업체의 행위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병행수입업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대책도 요구된다. 최근 급증하는 직구(인터넷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 수요까지 병행수입이 일부 흡수한다면 직구 관련 소비자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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