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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 검은 연결고리···변호사 등 12명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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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불법수집한 개인정보로 개인회생 신청인을 모집해 변호사, 법무사에게 소개하고 거액을 수수료로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조재연)는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브로커 박모(41)씨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사무장을 통해 사건을 챙긴 변호사 이모(39)씨, 법무사 신모(33)씨 등 6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불법 취득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개인회생 신청자를 끌어모은 뒤 이들을 변호사·법무사 사무실에 소개하고 대가료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전화번호, 주민번호만 있는 형태로 돌아다니는 불법취득 개인정보(이른바 ‘막DB’) 수십만건씩을 정보 판매상으로부터 사들인 뒤 직원 10여명을 동원해 ‘개인회생 도와드립니다’ 같은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돌렸다. 불법유출 개인정보의 거래가격은 건당 0.5원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자메시지에 회신이 오면 콜센터 직원들은 매뉴얼을 갖춰놓고 법률사무실 직원인 것처럼 응대해 회생신청에 필요한 정보로 가공한 뒤 희망자들의 정보를 변호사나 법무사 사무실로 넘겼다. 이른바 ‘오토콜’ 방식이다.


검찰은 “과거 불법유출 개인정보가 수요자에게 그대로 제공되는 형태였다면 최근엔 오토콜 방식을 이용해 개인회생이나 파산, 신용대출, 보험가입 등 개인정보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맞춤형으로 가공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일당은 일단 사용한 막DB는 곧 폐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넘겨받은 정보를 이용해 사건을 수임한 경우 대개 변호사는 건당 160~180만원, 법무사는 건당 120~140만원을 벌어들였고, 그 중 30~40%는 다시 수수료 명목으로 브로커에게 건네졌다.


변호사 이씨의 경우 사무장 왕모(46)씨와 짜고 개인회생 신청인을 알선 받아 2012년 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억 6000만원을 벌어들였고, 그 중 2억 3000만원이 수수료 명목으로 박씨 등에게 전달됐다.


법무사 신모씨도 사무장 김모(39)씨와 짜고 브로커를 통해 넘겨받은 사건들로 2011년 1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7억 4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왕씨, 김씨 등 두 사무장은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2010년 4만6972건, 2011년 6만517건, 2012년 9만378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 개인회생 신청규모가 장기적인 경제 불황 외에도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부추기는 법조 전문가, 브로커 등에 의한 인위적인 수요창출도 한 몫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도 적발된 변호사, 법무사는 ‘다들 이렇게 하는데 왜 우리만 적발하느냐’고 항변하는 등 광범위한 도덕적 해이의 한 단면을 드러냈다고 한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것 외에도 많게는 수백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검찰은 “변호사 급증으로 법조 시장이 불황을 겪게 되자 법조인들이 불법·탈법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가 늘어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브로커에 돈을 전달하거나 세금을 떼먹을 목적으로 차명계좌를 이용하는 등 불법행위가 자행됐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진화하는 불법 개인정보 판매상을 처벌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은 영리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사람만 처벌하고, 이번 사건처럼 영리목적으로 개인정보를 다시 가공해 제공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검찰은 “막DB의 경우 2차 개인정보로 가공되면 폐기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개인정보를 가공해 취득한 이득이 매우 큰 점 등을 감안하면 개인정보를 넘겨받은 사람만을 처벌하는 규정에 한계가 있고 불법이득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손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향후 탈법적인 방법으로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 사무실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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