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은행들이 향후 5년간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2조위안(약 3300억달러)에 이르며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글로벌 채권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글로벌 전략컨설팅회사인 맥킨지는 ▲중국의 부실채권 부담 가중 ▲낮아진 경제성장률 ▲주식시장에서 은행주의 약세 ▲바젤Ⅲ 시행에 따라 높아진 자기자본비율 등으로 중국 은행들이 향후 5년간 주식과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자금이 최대 2조위안에 이른다고 진단했다.
강화된 은행권 자본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에 따르면 중국 대형 은행들은 9.5%의 기본자기자본비율(TierⅠ)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재 농업은행(9월 말 현재 9.35%)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이를 충족하고 있지만, 향후 2년 안에 중국의 5대 은행들이 1180억위안의 부채 상환을 앞두고 있어 비율을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따라 최근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중국은행 이사회는 향후 2년 이내에 중국 안팎의 주식. 채권 시장에서 총 2700억위안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승인하기도 했다.
그동안 중국 은행들은 주로 내부 금융시장에 의존해 자금조달을 해왔으며 해외 금융시장에서는 채권 보다는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그러나 최근 은행들이 해외 채권 시장에 주목하는 쪽으로 자금조달 방법을 전환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은행권의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해왔던 은행간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는데 비싼 비용을 치르게 됐고, 해외 주식 투자자들도 흐름이 지지부진한 은행주에 투자를 꺼려하면서 은행들의 자금 조달은 점점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주리스 골드만삭스 아시아태평양 자본시장 대표는 "중국 은행들이 글로벌 채권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글로벌 투자은행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해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ICBC) 홍콩법인은 지난해 10월 중국 은행으로는 최초로 5억달러어치의 달러 표시 코코본드(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채권이 주식으로 자동 전환되는 채권·우발전환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중국 내 채권 투자자들이 은행들이 발행하는 코코본드 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 글로벌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바젤Ⅲ에 따르면 채권 중에서는 유일하게 코코본드만이 기본자기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은행들은 코코본드 발행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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