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만성적 전력난에 시달리는 파키스탄이 지난해 건설을 시작한 원자력발전소 2기에는 중국의 기술력뿐 아니라 자금까지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이 남부 항구도시인 카라치 지역에 K-2, K-3 원전 2기를 건설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국유은행인 수출입은행이 이번 프로젝트에 65억달러(약 6조8380억원)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파키스탄의 단일 프로젝트에 제공한 차관 가운데 액수가 가장 많다. 파키스탄은 중국으로부터 65억달러를 빌려 에너지 생산능력을 15%가량 늘릴 수 있는 원전을 건설한 후 향후 20년 안에 빌린 돈을 상환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파키스탄 원전 건설에 중국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이 파키스탄 경제에 더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신호탄이 될 수 있으며 양국의 더 긴밀해진 관계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키스탄 내부에서도 친(親)중국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정부 관료들도 중국에 대해 '파키스탄의 친구' '파키스탄의 형제국'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파키스탄은 핵확산방지조약(NPT) 비가입국이기 때문에 지난해 중국이 파키스탄 원전 건설에 기술력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을 때에도 미국 등 국제사회의 쏟아지는 비난을 견뎌내야 했다.
중국은 파키스탄뿐 아니라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동남아 국가들이 진행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극적인 자금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파키스탄 원전 건설에 기술력뿐 아니라 자금까지 지원한 데 대해 원전 기술을 수출할 수 있는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전략이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파키스탄 핵 개발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샤히드우르 라흐만은 "파키스탄 원전은 중국이 중국 밖에서 처음으로 자국 기술력으로 건설하고 있는 원전"이라면서 "파키스탄 원전 건설의 성공 스토리가 국제적으로 확산될 경우 중국은 다른 국가로 원전 기술력을 수출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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