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의 철도 역사에서 29일(현지시간)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14명이 사망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폭발 사고는 이날 낮 12시45분께 볼고그라드 철도역 1층 출입구 근처에서 발생했다. 폭발은 누군가가 폭발물 탐지를 위해 설치된 역사 출입구 안쪽의 금속탐지기로 접근하던 중 일어났다.
피해 상황에 대해선 발표가 엇갈리고 있다. 연방수사위원회 블라디미르 마르킨 대변인은 "잠정 확인 결과 폭발사고로 14명이 사망하고 34명이 부상을 입고 입원했다"고 밝혔다. 앞서 연방수사위원회는 13명이 사망하고 27명이 부상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볼고그라드 주정부는 18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역사 안에 있던 승객들이었다. 또 금속탐지기 근처에서 근무 중이던 경찰관도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수사위원회는 이날 터진 폭발물의 위력이 TNT 10㎏의 폭발력에 해당하는 강력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테러에 대해 보고받고 비상사태부와 보건부 등 관련 정부 부처가 부상자 지원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특히 푸틴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수송기를 동원해 중환자들을 모스크바 병원으로 후송하라고 지시했다.
이번 테러는 지난 10월 말 역시 볼고그라드의 버스 안에서 발생한 테러와 마찬가지로 '검은과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은 과부'는 러시아 연방 정부의 반군 소탕 작전에서 남편이나 친인척을 잃고 복수 차원에서 자폭 테러를 감행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지칭한다.
러시아 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 보안 당국은 테러 용의자 색출을 위해 최근 공화국을 떠난 주민들의 신원을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볼고그라드는 러시아 연방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무슬림 반군의 테러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는 남부 이슬람 자치공화국 체첸 및 다게스탄에서 멀지 않으며,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흑해 연안 도시 소치에선 약 700㎞ 정도 떨어져있다.
볼고그라드 기차역은 러시아 각지에서 남부 지역으로 운행하는 열차들이 통과하는 중심역으로 매일 3500여명의 승객이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이슬람 반군들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하기 위해 테러를 자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번 폭발이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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