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방공식별구역 논란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간 듯했던 동북아 지역갈등 문제가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로 재차 격랑에 빠져든 모습이다. 한국 입장에선 지역문제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박근혜정부의 외교역량을 시험대에 올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7일 국제관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전날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는 단기적으로 한일ㆍ한중 관계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한미일 삼각협력과 미·중 패권경쟁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파악된다.
어느 때보다 공고해 보이는 미·일 관계도 단기적으로 균열이 불가피하다. 미국 입장에서 한일 관계 악화는 한미일 삼각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기본 전략에 방해요소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신사참배 소식이 전해진 후 미국 측이 이례적으로 '실망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역사 갈등을 '내부문제'로 보고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한국 입장에선 한일 관계 악화의 책임이 "대화를 거부하는 한국 정부의 '고지식함'에 있다"는 미국 측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미국의 '실망감'을 지렛대 삼아 한일 관계 개선에 주도권을 쥘 기회로 파악할 수 있다. 배정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일본을 제어할 수 있는 세력은 미국밖에 없다.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의 전향적 변화를 이끌게 함으로써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동시에 한일 관계 개선 논의를 주도하는 한국의 역할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이 역사문제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추면서도 한미일 삼각협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병행해 간다면 미·중 두 강국과의 관계를 모두 긍정적으로 끌고 갈 유리한 카드가 된다는 것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은 "한국은 주변국과 대결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방향을 택해야 하며, 특히 일본과는 민간교류를 계속 확대함으로써 한미일 삼각협력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는 것이 유리한 선택"이라며 "삼각협력에 균열이 가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북문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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