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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공방전…공안에 기댄 政·종교에 숨은 勞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8초

구태의연한 문법으로 철도파업 문제 접근해 '갈등 증폭'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한국 사회의 '갈등 해결 역량'이 198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에다 종교계에 문제해결의 공을 떠넘긴 듯한 노조의 행태는 한국 사회가 갈등을 합리적인 논의와 타협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8일째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철도노조 파업 사태는 정부와 철도노조 간의 대화가 아닌 조계사를 바라보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한국 불교의 최대 종파인 조계종을 대표하는 사찰에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지도부가 피신하면서 24일 밤부터 26일 오전 현재까지, 사흘째 이 일대에는 경찰 수백명이 배치되는 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철도파업 공방전…공안에 기댄 政·종교에 숨은 勞 ▲ 26일 박태만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노조원 4명이 머물고 있는 서울 조계사 극락전 2층에서 조계사 신도들이 항의 방문한 가운데 직원들이 입구를 막고 있다. 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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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측은 "철도노조원들을 내보내지 않겠다는 입장은 이미 종단 차원에서 결정됐으며, 26일 오전부터 열린 종단회의에서 향후 철도파업 사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계사 관계자는 "불교계뿐 아니라 개신교나 천주교 등 다른 종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과 노사정종 협의기구 마련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 파업 지도부가 종교시설을 '방패' 삼아 들어가 농성하는 것은 정권의 폭압을 피하기 위해 종교시설 안으로 피신해야 했던 1980년대 민주화운동 시절로 한국사회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한 절차와 틀에서 많은 성장을 해 왔던 한국 사회의 '갈등 시계'가 20~30년 전으로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역행에는 무엇보다 갈등 조정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의 '컨트롤 타워' 부재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철도파업 사태가 이미 노사 간의 대립 양상을 벗어났지만 정부에서는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고용노동부가 각각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을 뿐 범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원칙'과 '명분'만을 거듭 외치는 한편 경찰과 검찰의 공권력을 동원하는 것으로 일관하고 있다. 원칙과 명분만을 내세워서는 풀기 힘든 복합적인 요인들이 얽혀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 파업은 명분이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철도노조가 명분 없는 파업을 하고 있다"며 비판에 가세하는 식이다.


정부와 철도노조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진전이 있는 양측의 대화나 협상은 열리지 못했다.


한편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6일 오후 조계사를 방문할 예정이어서 파업 사태 해결에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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