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만 잘하는 기업의 시대는 끝났다. 사업도 잘하는 기업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시대이다.
제약회사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요즘 삶은 녹록지 않다. 국내 무대만으론 지속 성장이 어려워졌고, 윤리적 경영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도 막중해졌다.
글로벌 수준의 투명성과 시장 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할 것을 요구받는다. 마땅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맞짱'을 떠야 하는 '다윗의 어깨' 같은 심정이다. 국내 제약기업의 처지는 아직 글로벌화의 '경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미약품이 미국 시장에 출시한 역류성 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이 대대적으로 주목받았다. 약 하나 수출한 게 그리 대단한 일인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면 미국에 출시된 국산약이 에소메졸을 포함해 2개밖에 없다고 설명하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연구개발(R&D)이 승패를 좌우하는 제약산업 특성상 골리앗의 장악력은 상상 이상이다. 에소메졸이 평가받는 이유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유수의 국내 제약기업들이 글로벌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경계선을 뛰어넘어 확실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겠다는 다짐과 노력은 이제 제약기업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사회적 지지를 받는 기업성장을 추구할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민이 깊다. 기업의 사업영역이 생명과 건강이라는 점에선 더욱 그렇다.
올 초 한미약품은 의사 선생님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 MPO의 '빛의소리나눔콘서트'를 후원하고 이를 통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예술 교육을 지원하는 '빛의소리희망기금'을 출범시켰다.
희망기금으로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의 '어울림'과 청록원의 '상큼이'가 탄생됐다. 청록원 상큼이는 '시집가는날'이라는 전통무용으로 얼마 전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서툴러서 더 감동이었고 상까지 받았다니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어울림 아이들은 19일 열린 '한미자랑스런의사상' 시상식에서 데뷔무대를 가졌다. 무대에 오르는 것조차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현악 5중주를 거뜬히 소화해 냈다. 조화롭지 않아 더 조화로운 음율로 관객들의 마음을 따뜻이 데웠다.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역경을 이겨내고 느리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아이들을 통해 기업 CEO로 살며 나도 모르게 딱딱해진 마음의 장벽을 조금이나마 걷어낼 수 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진짜 힐링을 맛본 셈이다.
기업경영에 몰두하면서 자칫 잊기 쉬운 사회적 책임의 중요성을 나는 아이들을 통해 더 깊이 깨달았다.
이런 진짜 힐링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또 다른 힐링을 만들어 내는 일에 재미를 붙이고 싶을 정도다.
사랑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성장하고 성장을 통해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선순환의 진리를 CEO로서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벌써 연말이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이 켜지고 캐롤이 울려 퍼진다. 세밑 온정으로 훈훈해지지만 기업들은 연말 마감과 2014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한미약품의 글로벌 도전과 이를 통한 성장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시행착오와 성공을 거듭하며 우리는 새로운 성장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년에도 글로벌 시장을 선점한 골리앗들과 경쟁하는 일을 즐기고 싶다. 그리고 오래전 다윗처럼 승리하고 싶다. 사랑받는 다윗처럼 말이다.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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