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대규모 투자로 경제적 부담을 덜었지만 러시아 보다 유럽연합(EU)과의 협력을 원하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의 거센 항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발행하는 유로 표시 채권에 15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며칠 안으로 30억달러 상당의 2년 만기 우크라이나 국채를 사들인 후 나머지는 순차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투자금은 러시아의 국가복지펀드에서 마련할 방침이다. 푸틴 대통령은 "경제적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150억달러 채권 투자를 통해 지원함으로써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던 천연가스 가격도 내년부터 30% 가량 깎아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국영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 국영에너지회사 나프토가스에 2019년까지 러시아산 가스를 1000㎥당 268.5달러에 공급하게 된다. 올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산 가스 평균 수입가는 1000㎥당 400달러가 넘었다.
경제전문가들은 러시아의 통큰 경제적 지원으로 우크라이나가 단기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벗어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은 우크라이나 재정이 적어도 향후 2년간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규모라고 보고 있다.
EU와 협력 협정 체결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경우 겪어야 하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단행하지 않아도 되서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한결 가벼워졌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향한 경제적 지원에 대해 "EU와 옛 소련권 경제통합체인 '관세동맹' 가운데 어느 한 쪽을 택하는 문제와 연관된 지원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FT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은 것은 EU 보다 러시아와 손을 잡는 쪽으로 무게를 두는 것을 암시하기 때문에 반정부 시위대의 항의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들임으로써 암묵적으로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한 협력 협정 체결 가능성을 배제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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