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에 취해 폭탄발언하다 폭탄人生 전락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달력도 이제 한 장 남았다. 샐러리맨들에게 각종 모임이 한꺼번에 몰리는 시기다. 한 해 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 도움을 주고받은 거래처 사람들, 각종 동호회, 자기가 몸담고 있는 회사 송년회까지 모임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가는 해가 아쉬워 한 잔, 오는 해에 대한 기대로 한 잔, 한 살 더 먹는 나이가 서글퍼 한 잔 마시다 보면 정신을 놓게 되기 일쑤다.
특히 회사 송년회에는 임원들이 대거 참석하는만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 동안 상사에게 향한 불만을 꾹꾹 눌러놓고 있다 폭탄주 한 잔에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흥겨워야 할 송년모임이 술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일생일대의 오점을 남겨줄지도 모른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최근 연말을 맞아 '회사 송년회에서 망가가지 않는 비법'에 대해 소개했다.
회사 송년모임에서 해선 안 되는 행동이 있다. 송년모임은 아무 생각없이 수다떠는 자리가 아니다. 고해성사하는 자리는 더욱 아니다. 송년모임에서 자기의 불만이나 그 동안 잘못한 일들을 고백하는 것은 금물이다. 송년모임은 그저 회사 공식행사일 뿐이다.
회사 송년모임에서는 말하기보다 듣기에 집중하는 게 좋다. 취미ㆍ영화ㆍ가족 등 안전한 주제로 대화하는 게 무난하다. 상사에게 대화 주제를 맡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로벌 취업 정보 제공업체 챌린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지 최고경영자(CEO)는 "연말 모임이야말로 관계를 맺기에 좋은 기회"라며 "이런 자리에서 이상한 행동으로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술 없는 송년회가 대세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헤드헌팅업체 바탈리아 윈스턴이 미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올해 회사 송년회에서 알코올 음료가 제공되는 업체는 72%다. 지난해 79%에서 다소 줄었다. 술 송년회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00년이다. 당시 기업 가운데 90%가 송년회 아닌 술 모임을 가졌다.
뉴욕 맨해튼 소재 홍보회사 블리스PR는 15년 전부터 '무알콜 송년회'를 열고 있다. 오후 4시 30분부터 충분한 양의 피자를 주문해 나눠 먹는다. 블리스PR의 설립자 존 블리스는 "빈 속에 술을 들이붓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술 망년회가 인기없는 것은 뒷탈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에 다니는 여성은 수년 전 회사 송년회만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당시 그의 팀은 사장과 함께 시내 중심가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뒤 2차를 위해 클럽으로 향했다.
사장은 직원들을 위해 리무진까지 불렀다. 그 여성은 만취 상태에서 클럽으로 가는 동안 그만 리무진 안에 먹은 음식을 모두 게워냈다. 다음날 아침 출근했더니 동료들이 이곳저곳에서 수근거린 것은 물론이다.
회사 송년회는 다른 부서 선배ㆍ상사들과도 어울릴 수 있는 좋은 자리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어려운 자리이기도 하다.
미국의 구인ㆍ구직 사이트 몬스터닷컴에서 인적 자원을 담당하고 있는 로리 에릭슨 부사장은 "회사 송년 파티가 어디서 열리든 가장 중요한 것은 송년회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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