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의무자본 완화·PEF운용 우선 허용 등
IB 요건 완화 일부 증권사에만 혜택
피인수社 시정조치 강화…인센티브 없어
증권업계 당면 과제 개선안 구체화돼야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금융당국의 '증권회사 인수합병(M&A) 촉진 방안'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의 시큰둥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IB) 의무자본 기준 완화와 부실 증권사 적기시정조치 강화 등의 방안이 시장에서 실효를 거둘지에 물음표를 붙인 것이다.
우선 M&A 통해 자기자본이 5000억원 이상 증가하는 증권사에 IB 지정 의무자본 기준(3조원→2조5000억원)을 완화키로 한 조치는 일부 회사에만 혜택이 국한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현재 5000억원 이상 M&A를 통해 IB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증권사는 신한금융투자(2조2000억원)와 미래에셋증권(2조5000억원) 정도다. 1조원 규모일 경우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각 1조6000억원)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앞서 10월 종합금융투자사업자(한국형 IB)로 지정된 KDB대우증권과 삼성증권 등 5개사도 향후 사업계획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시장 플레이어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나마 시행시기도 내년 하반기로 급박한 업계 구조조정 처방책으로는 미진하다는 평가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대 이후 증권사들의 M&A는 브로커리지 결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과 시장 진출 등의 목적으로 이뤄졌다"며 "자기자본 2조원이 넘는 곳에는 혜택이 되겠지만 향후 시장흐름에 따라 매력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증권업계 전반에 실효가 나타날지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또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증권사 대상 적기시정조치 요건이 강화된 부분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인수자에 IB 의무자본 요건 완화, 사모펀드(PEF)운용업 우선 허용 등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반면 피인수자에는 오히려 규제 기준이 강화됐다는 점에서다.
경영실적이 부진하고 2년 연속 적자를 낸 증권사에 경영개선 권고 및 요구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한 조치가 가뜩이나 침체된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M&A 등 시장거래의 경우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것임에도 한 쪽에는 인센티브가, 다른 한 쪽에는 규제 강화가 적용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짚었다.
이밖에 레버리지비율(총자산/자기자본) 1000% 이상 증권사에 대한 경영개선요구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것과 이미 한국형 IB로 등록된 증권사들과 기준 완화로 혜택을 보게 될 증권사 간 형평성 문제, 피인수 증권사 직원들에 대한 대책 부재 등을 두고도 향후 업계의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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