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전복罪 씌워 처단...'도미노숙청'예고
'1번 동지' 張 우상화 기류 차단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사형 판결 후 즉시 집행. 직위 해임에서 처형까지 걸린 시간은 단 4일. 북한은 장성택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장면을 공개한 데 이어 과시라도 하듯 속전속결로 사형을 집행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북한이 13일 밝힌 장성택의 주요 죄명은 '국가전복 음모'다. 이는 앞서 장성택 숙청 이유로 제시한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보다 한층 무거운 혐의다. 장성택이 파벌을 조성한 것도 모자라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획책했기 때문에 죽여 마땅하다는 것이다.
사형 처벌을 확정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은 장성택이 '청년사업부문' '부서와 산하기구' '인맥관계에 있는 군대간부' 등을 동원해 군가전복을 꾀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판결문은 장성택이 군사 정변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은 재판장에서 "나는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정변을) 시도했다"며 "인맥관계에 있는 군대 간부들을 이용하거나 측근들을 내몰아 수하에 장악된 무력으로 하려고 했다"고 시인했다.
판결문은 장성택의 이러한 움직임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장성택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후계자로 추대하는 문제가 논의되던 시기에는 "영도의 계승 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했다"고 판결문은 밝혔다.
이와 함께 판결문은 장성택이 본인의 우상화를 진행했다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은 측근들 사이에서 '1번 동지'라고 불리며 신성불가침의 존재로 군림하면서 자기에 대한 환상을 조성했다. 장성택이 수장으로 있던 당 행정부는 '소왕국'으로 표현됐다.
해임 때처럼 경제 전횡, 문란한 사생활 또한 죄상으로 열거됐다.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장성택이 김 제1위원장의 눈에 최대 정적으로 비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장성택은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마자 형장으로 끌려가 기관총으로 사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죽음은 면하지 않겠느냐'던 일각의 관측을 무색케 하는 최악의 말로다. 앞으로 장성택의 측근들도 속속 소환돼 목숨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체제 '공포정치'의 극단을 보여주는 장성택 처형 과정은 북한 내부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권력층과 일반 주민들 사이에 '김 제1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더 무자비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사상통제가 보다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장성택이 숙청된 이후 "당장 큰 일이 날 것처럼 대처할 필요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던 우리 정부는 처형 소식이 들리자 곧바로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여는 등 비상태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최근 북한 내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차분한 가운데 만전을 기하고 동맹국 및 관련국과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