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파견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고용주뿐만 아니라 실제 사용사업주에게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은 최모씨(27)가 "회사가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아 상해를 입었다"며 신우이엔비와 평화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근로자 파견업체 신우이엔비에 고용된 최씨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인 평화산업에 파견돼 일하던 2005년 11월 사출기 안의 이물질을 제거하려다 팔과 손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최씨는 “손을 감지하고 작동을 멈추는 사출기의 안전장치가 고장으로 작동되지 않아 상해를 입었다”며 2개사 모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용사업주가 파견회사와의 근로자 파견계약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인수해 사용하면서 사용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안전배려의무를 다하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한다”며 “따라서 근로자는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1심은 최씨는 "사용사업주의 사업장에서 평화산업의 지시·감독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평화산업과의 사이에 근로계약이 체결된 바 없어 고용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계약상 의무도 없다“며 신우이엔비의 배상책임만을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최씨와 평화산업 사이에 근로계약이 없고,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사용사업주가 파견된 근로자를 사용함으로써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에는 사용사업주가 파견근로자를 보호하고 안전배려를 하겠다는 약정이 묵시적으로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대법 판결이 산업재해에 관해 근로자 보호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판결이 사용사업주와 파견근로자 사이의 고용관계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어서 사용사업주에게 파견근로자에 대한 임금지급 의무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