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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D 확보한 한-호주 FTA, 국내 기업 보호막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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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한국ㆍ호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4년 7개월 만에 전격 타결된 데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호주 정부가 ISD에 대한 입장을 '도입 불가'에서 '수용 가능'으로 전격적으로 선회하면서 양국 간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었다.


호주는 미국과 지난 2004년 FTA를 체결할 당시에도 ISD 도입 불가 입장을 끝내 관철했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서도 ISD 도입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호주와의 FTA 협정문에 ISD 조항을 포함하기로 합의한 것은 고무적인 성과다.

호주와의 첫 FTA 협상은 2009년 5월이었다. 하지만 이듬해 5월에 협상은 중단됐다가 지난달에서야 재개됐다. 협상이 3년여 이상 끊어진 가장 큰 이유도 ISD 도입 여부에 대한 양 측의 온도 차 때문이다. 한ㆍ미 FTA 때와는 정반대로 이번에 ISD 도입에 수세적으로 나선 곳은 우리 측이다. 한국은 호주 자원개발과 제조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 보호를 위해 ISD 도입을 강하게 주장한 반면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호주에게 ISD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리한 조건이었던 것이다.


호주 정부는 2011년에 모든 자유무역 및 투자 협정에서 ISD를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60년대 말, 7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한국과 호주 양국의 투자 누계 현황을 보면 호주의 대(對)한국 투자는 22억달러에 불과한 반면 한국의 대호주 투자는 150억달러로 7배 이상 차이다. 투자 신고 건수도 454건과 1404건으로 3배 이상이다. 호주가 이번 FTA 협상에서 'ISD 도입 허용'으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지난 9월 호주 총선에서 보수 성향의 자유당이 ISD 도입 반대를 고수했던 노동당을 이기면서 분위기가 반전됐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주 집권 세력의 변화가 ISD에 대한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양국은 기술적 사안에 대한 협의와 협정문 전반의 법률적 검토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FTA 협정문에 대한 가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 비준 절차가 차질 없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2015년부터 한ㆍ호주 FTA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호주는 우리나라와 양자 간 FTA를 맺는 11번째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호주는 우리의 제 7위 교역국이며 한국은 호주의 제 4위 교역국이다. 지난해 교역 규모는 322억4700만달러였으며, 올해 1~10월에는 247억8900만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는 주로 공산품을 수출하고 호주는 원자재 및 에너지 자원을 수출하는 교역 구조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호주와의 FTA 협상은 역대 FTA 협상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한다"면서 "특히 호주로의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의 경우 발효와 함께 즉시 관세가 철폐돼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ㆍInvestor State Dispute)
해외 투자 상대국이 협정상의 의무나 계약을 어겨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투자자가 해당 정부를 상대로 국제 중재를 신청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이를 통해 해외 투자자는 부당한 현지의 정책이나, 법으로 인한 재산상의 피해를 실효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세계은행(IBRD) 산하의 민간 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중재 절차를 관장한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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