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금고·신협, ㈜STX 출자전환에 반대
[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STX그룹의 지주회사인 ㈜STX의 자율협약을 위한 채권단 집회에서 새마을금고와 신협, 농협 등 리테일 회사채 투자기관이 출자전환 참여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STX로서는 다음 집회에서 이들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절박한 상황에 처했다.
28일 ㈜STX에 따르면 27일 서울 남산 STX 본사에서 제88회차, 제96회차 회사채와 제97회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보유하고 있는 사채권자들을 대상으로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채권 만기 연장과 사채 이율 조정, 출자전환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었다. 약 3000억원 규모의 비협약채권에 대해 채권 만기를 일률적으로 2017년 12월 말로 연장하고 3~6% 수준의 사채 이율을 연 2%로 조정하는 안에 대해 동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사채총액 58%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반대표가 모였다.
1차 집회인 제88회차 사채권자 집회부터 출자전환 안건이 부결됐다. 찬성표는 64.72%로 가결 요건에 1.94%포인트 모자랐다. 새마을 금고와 신협, 농협 등 리테일 회사채 투자기관들 중 일부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96회차 사채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2차 집회에선 3가지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하지만 97회차 사채권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다. 가장 규모가 큰(1800억원) 사채권자들이 출자전환안에 반대한 상황에서 출자전환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97회차 사채권자를 대상으로 한 출자전환 안건 투표는 29일로 연기됐다.
당초 STX와 채권단은 협약 채권 중 9149억원 중 5300억원, 비협약채권 2939억원 중 1700억원을 출자전환할 계획이었다. 현재 ㈜STX는 출자전환 안건에 대해 3주 후에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한다는 방침이다. ㈜STX관계자는 "부결되긴 했지만 굉장히 아슬아슬한 차이였던 만큼 3주 동안 다시 준비해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사채권자들이 강 회장의 ㈜STX의 비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부담이다. 채권단 중 일부도 ㈜STX의 비즈니스 모델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 회장은 ㈜STX가 계열사 배당금에 의존하는 지주회사에서 벗어나 전문 종합 상사로 태어나겠다는 비전도 발표했다. 에너지와 원자재수출입, 기계엔진, 해운 물류 4대 비즈니스를 통해 자체 수익구조를 갖추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2017년까지 비계열사 대상 비즈니스 비중을 96%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STX가 사채권자에 대한 설득에 실패하게 되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체결은 물 건너간다.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신청은 물론 청산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올해 9월 말 기준 ㈜STX는 1500억원 규모의 완전 자본잠식 상태로, 회사채 만기가 2017년 말까지 연장됐지만 연말까지 출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3월 상장폐지될 위기에 몰리게 된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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