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획재정부ㆍ고용노동부ㆍ여성가족부 공동 주최로 시간선택제 일자리 채용박람회가 열렸다. 10대 그룹 계열사가 참여한 가운데 많은 구직자가 몰렸다. 그 시각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는 박람회장 입구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시간제라도 괜찮다며 찾아온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시간제 대신 정규직 일자리를 확충하라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추진하는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현장이었다.
시간제 일자리는 자녀 출산과 양육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경력단절 여성과 은퇴세대의 재취업에 유용하다. 육아휴직이 어려울 경우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6세 이하 자녀를 둔 근로자가 주 15~30시간으로 줄여 일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이용한 근로자가 지난해 437명에 그친 게 현실이다.
시간제 일자리는 청년실업을 되레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정부가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강요할수록 반듯한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기업에서 전일제, 청년층 일자리와 겹치지 않는 직무를 새로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칫 질 낮은 '시간제 알바'를 양산할 수 있다. 그래서 신규 '채용'보다 기존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줄여 정규직 전일제에서 시간제로 바꾸는 '전환'이 먼저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들이 아직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 점도 문제다. 업종과 기업 특성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 유통ㆍ물류 등 서비스업은 괜찮겠지만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은 부담스럽다. 생산성과 직원간 융화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강제할 수 없는 이유다. 박람회장에서 채용계획 없이 면접만 본 기업도 있었다. 기업들이 시간제에 적합한 직무와 근무제도를 마련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규직과 차별대우 없는 지속 가능한 시간제 일자리여야 한다. 서두르고 강요하다 보면 남은 박근혜정부 임기 내 반짝하다 알바로 전락하는 '4년짜리' 일자리에 머물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고졸채용이 그런 꼴이다. 채용박람회장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손을 잡고 함께 나온 노부부의 간절함이 외면당하지 않는 시간제 근무 제도와 사회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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