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불편한 시선이 큰 짐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김민영 기자] "긴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이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다.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어머니를 아버지가 돌보고 계셨는데 지친 아버지가 먼저 쓰러져 돌아가시자 거동할 수 없었던 어머니도 식사를 못 챙겨 결국 아버지를 따라 가신 것 같다.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는데 부모님 집을 수습해 줄 수 있겠느냐."
2007년 10월 김석훈 바이오해저드 대표(39)에게 한 40대 남성으로부터 온 인터넷 쪽지 내용이다. 바로 얼마 전 장례식장에서 의뢰를 받아 시신이 부패한 현장을 청소한 뒤 김 대표가 블로그에 남긴 글을 보고 연락이 온 것이다. 당시 김 대표는 12년째 장례지도사로 일하고 있었다. "직접 부모님 집을 정리하는 것이 자식 된 도리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신 집에만 가면 부모님을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가슴을 죄어온다"는 의뢰인의 말에 이 현장을 맡았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김 대표는 2008년 6월 특수 청소업체 바이오해저드를 열었다. 이때만 해도 고독사, 자살, 살인사건 등이 남긴 혈흔과 시취를 제거해주는 업체가 없었다. 김 대표는 "지금은 건설폐기물이나 생활쓰레기 등을 처리하던 업체까지 유품정리 일에 뛰어들고 있지만 시신 부패물이나 시취를 전문적으로 제거하는 업체는 지금도 몇 곳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바이오해저드가 맡은 현장은 800여건. 이 중 250여건이 65세 이상의 고독사 현장이었다.
이 회사 외에도 키퍼스코리아·바이오에코·천국향·제이콥 등 10여개 업체가 유품 정리 및 특수 청소를 하고 있다. 이들은 고독사로 늦게 발견돼 시신이 심하게 부패했거나 범죄현장 등 혈흔이 남은 현장을 주로 맡는다.
김 대표는 이 일을 하면서 시취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는 "현장에 나가면 '왜 우리 집 앞으로 지나다니느냐' '우리 집 앞에 왜 차를 대놨느냐'는 등 항의를 한다"며 "시취에 대한 혐오감과 무서움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럴 땐 정말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그 섬, 파고다]1-①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그 섬, 파고다]1-② 시간이 멈춘 그곳, 차라리 섬이었어라
[그 섬, 파고다]2. 자식 전화 안 기다려…얘가 내 애인이야
[그 섬, 파고다]3-① 2000원 국밥에 반주 한잔, 인생을 해장한다
[그 섬, 파고다]3-② '파고다 출근자'들이 꼽은 낙원동 맛집
[그 섬, 파고다]4-① 45년간 한평 쪽방서 사는 70세 할아버지
[그 섬, 파고다]4-② 윤락녀 소탕 '나비작전'후 쪽방이 채웠다
[그 섬, 파고다]5-① 도시 투명인간으로 14년…'무표정의 또하루'
[그 섬, 파고다]5-② 윤 할아버지 "자식 얘긴 묻지 말랬잖아!"
[그 섬, 파고다]6-①박카스 아줌마 400명 활동…주름진 性, 은밀한 거래
[그 섬, 파고다]6-②박카스와 동아제약에 보내는 사과문
[그 섬, 파고다]7-①정신지체 박카스 아줌마, 남편은 알고도…
[그 섬, 파고다]7-②"여성 가난과 노인 성욕의 일그러진 결합"
[그 섬, 파고다]8-①그림자 人生도, 손 쥐어보면 다 36.5℃더라고요
[그 섬, 파고다]8-②'파고다 파수꾼' 종로2가 파출소
[그 섬, 파고다]9-①종로 한복판서 매일 벌어지는 수백개의 전투
[그 섬, 파고다]9-②장기만큼 볼만한 '구경꾼 스타일'
[그 섬, 파고다]10.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그분들이 꼽은 파고다 명소는?
[그 섬, 파고다]11-① "외로움, 그 허기도 달랜다" 원각사 무료급식소
[그 섬, 파고다]11-② "주린 그분들 행복없이는, 원각사 존재 이유도 없죠"
[그 섬, 파고다]12-①탑골 편의점 막걸리가 다른 곳의 5배나 더 팔리는 까닭
[그 섬, 파고다]12-②음악 DJ가 있는 낙원상가 '추억더하기'
[그 섬, 파고다]13-①커피 한잔 200원의 파고다 '노천카페'
[그 섬, 파고다]13-②'대인춘풍 천객만래' 파고다 슈샤인 할아버지
[그 섬, 파고다]14-①"갈 때 가더라도 깨끗하게 하고 가려고"
[그 섬, 파고다]14-②"찍기는 찍어야 하는데…" 풀기힘든 숙제 '영정사진'
[그 섬, 파고다]15. '우리안의 섬' 그 곳,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그 섬, 파고다]16-①"노인 존경 못 받아", "존경 받아"보다 7배 많아
[그 섬, 파고다]16-②'박카스 아줌마' 해결책 묻자…"노인도 性상담 받아야"
[그 섬, 파고다]16-③50~60대 절반이상도 "지하철 무임승차 혜택 축소"
[그 섬, 파고다]17. "홍보관·약장수·사기꾼 그래도 자식보다 살가워 알고도 속는거지…"
[그 섬, 파고다]18-①그가 남긴건 '사인미상-고독사' 뿐이었다
[그 섬, 파고다]18-②죽음의 흔적을 지워 드립니다
[그 섬, 파고다]19-①60세 이상만 근무하는 성남 카페…12인의 '일자리 찬가'
[그 섬, 파고다]19-②"노인 고용 증가, 청년층 일자리 뺏는다는 건 오해"
[그 섬, 파고다]20<끝>-①"기사 읽는 내내 가슴이 시렸습니다" 다큐의 힘
[그 섬, 파고다]20<끝>-②"탑골·종묘 주변, 세대공감 거리로 확 바꾼다" 서울시 밝혀
[그 섬, 파고다]20<끝>-③그 섬에 들어갈수록 이 사회의 무관심이 보였다
[그 섬, 파고다]20<끝>-④지면을 필름삼아 펜을 렌즈 삼아 다큐 찍듯 썼죠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