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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잇단 사고, 外風속 사람·조직이 만든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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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국민은행의 잇단 사고는 외풍(外風) 속에 사람과 조직이 만든 합작품이다. 2003년 정부가 보유 지분을 모두 내다 팔았지만, KB금융은 여전히 정권과 운명을 같이하는 '관치(官治) 민간기업'이다. 그 사이 실력보다 정무감각이 중요한 조직 문화가 생겼고, '자리 장사' 속에 고여 썩는 부위가 늘었다.


◆'관치 민간기업'=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를 보면, 9월 말 기준 KB금융의 최대주주는 9.24%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다. 그 밖에 뉴욕멜론은행(지분율 8.48%) 등 외국인의 지분이 절반 이상으로 정부 지분은 단 한 주도 없다. 그런데도 지주 회장은 늘 정권과 운명공동체였다.

과거 금융당국과 대립했던 황영기 전 지주회장은 선임 1년 만인 2009년 스스로 물러났다.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투자 손실을 빚은 문제로 중징계를 받은 뒤였다. 이어 강정원 전 행장이 금융당국의 반대 속에 지주 회장으로 내정됐지만, 당국의 고강도 검사 속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대통령의 측근인 어윤대 전 회장이 지주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박근혜정부 출범 뒤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하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졌다. 정권 교체가 곧 퇴진이라는 걸 어 회장의 공언이 '공인'한 셈이다. 올해 7월엔 지주 사장을 지낸 임영록 회장이 취임했지만, 재정경제부 2차관 출신이라는 이력을 두고 관치 논란이 재연됐다. 금융권에선 이렇게 2~3년마다 경영진이 바뀌어 직원들을 속속들이 파악하지 못하고 인사를 낸다는 점 또한 사고를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력보다 정무감각=잦은 경영진 교체는 조직 문화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실력을 키우며 때를 기다리다간 외풍에 날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지주 회장이 바뀔 때마다 계열사 임원이 대폭 물갈이되다보니 취임 초 임원들의 기강잡기는 이내 수포로 돌아갔다.


그 사이 조직원들은 출신별로 줄을 서고 끌어주는 파벌문화를 만들었다. KB금융이나 우리금융처럼 여러 조직이 합병한 곳에선 인사철마다 몸살을 앓는다. 국민은행은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출신이 은행장부터 임원ㆍ노조위원장까지 자리를 나눠가져야 뒤탈이 없다. 이른바 '자리 장사'다.


국민은행 내부에선 최근 1700억원대 부당대출이 이뤄진 도쿄지점의 지점장 자리도 통합 뒤 줄곧 옛 주택은행 출신이 차지해왔다고 수군거린다. 같은 라인에서 장기간 자리를 독점하다보니 근본적으로 견제가 불가능한 구조였다는 얘기다.


신임 임영록 지주 회장과 이건호 은행장이 강력한 경고를 보내며 '자리 나눠먹기의 뿌리를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관성이 만만치 않다.


◆고인물은 썩는다=이렇게 조직이 흔들릴 때 사각(死角)에선 새는 바가지가 생겼다. 자리 장사로 내부통제시스템이 멈추자 타락한 조직원이 활개를 쳤다.


수년간 90억원의 국민주택채권을 위조해 현금으로 바꿔간 본점 박모 차장 사건은 인사이동으로 새로 발령받은 창구 직원이 수상한 점을 발견해 내부 고발하면서 비로소 드러났다. 1700억원의 부당대출을 주도한 이 모 전 도쿄지점장 뒤에도 조직적 공모가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내부통제시스템은 멈춘 지 오래였다.


이쯤 되면 일련의 사고는 "시스템 아닌 사람 문제"라던 국민은행의 설명은 설 곳이 없어진다. 2011년 3월부터 현재까지 감사를 맡고 있는 박동순 상임감사는 도쿄지점의 돈사고 직후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잘 갖춰져 있지만, 윤리의식이 떨어지는 개인이 지키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지만, 시스템 곳곳의 구멍은 설명할 길이 없다. 아울러 이런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내부통제 기능 강화를 위한 워크숍'에서 우수 사례로 꼽았던 금감원도 낯이 뜨거운 입장이 됐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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