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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화가 만들어낸 골목길의 기적'..제천 교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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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벽화가 만들어낸 골목길의 기적'..제천 교동마을 충북 제천 향교가 자리잡고 있는 교동마을은 100여점의 벽화가 그려지면서 골목길이 아이들 놀이터로 변했다. 주민들은 벽화 및 향교를 자원으로 각종 놀이체험, 전통 장터 등 자립기반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사진은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비석치기'놀이를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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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 명월' 충북 제천 교동 향교 아래 낮은 슬레이트 지붕과 담장들이 이마를 맞댄 마을이 영화세트장처럼 정겹다. 작은 골목들은 하나로 이어져 마을 중심에 이르러 장터를 연상한 만큼 넓을 광장을 이룬다.

아직 따스한 햇살이 남아 있는 초겨울 오후, 골목엔 조무래기들의 왁자지컬한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도로에 백묵으로 금을 그어놓고 '비석치기' 놀이에 빠져 있다. 아이들은 발등에 돌을 얹고 깨금발로 깡총깡총 뛰어가 금 밖에 세워둔 빗돌을 쳐 넘어뜨리느라 서로 엉켜 시끌벅적하다. 골목길 어디에도 차를 세워둔 곳도 없고, 아이들의 놀이를 방해하는 차량 주행도 보이지 않아 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아이들의 웃음이 가득한 골목에 할아버지들도 나와서 햇빛 바라기하고 있다. 간혹 뛰노는 아이들과 쪼그리고 앉아 햇빛을 쪼이는 노인들의 모습은 문득 우리들을 40∼50여년 전으로 되돌아가게 해준다. 마을에 벽화가 그려진 이후에 비춰진 풍경이다.

교동마을에 골목길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지 않다. 지난 2009년 교동마을 담장에 지역문화예술인들이 벽화를 그리면서부터다. 골목에는 호랑이 등 민화속의 동물, 아이들이 뛰노는 풍경, 김홍도의 그림, 혁필화 등 100여점으로 가득 차 야외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그림들은 마을 표정을 화사하게 꾸며주며 골목길의 아이들과 겹쳐 아늑함을 더한다.


마을 풍경이 달라지고 나서 주민들은 모두 합심해 담장을 낮추거나 전봇대 밑 쓰레기로 가득찬 사각지대에 화단을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마을 가꾸기에 나섰다. 지금은 부산 감천마을, 통영 해파랑길처럼 전국에서 유명한 마을이 됐다. 외지인의 발길도 잦아졌다. 제천의 관광코스가 될만큼 명물 거리로 바뀌고 견학오는 이들도 많아졌다. 골목이 살아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차고, 오가는 사람들과 주민들이 어우려지면서 마을 정취도 완연히 달라졌다.


교동마을은 60, 7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 단층집 200여 호가 전형적인 도농복합지역 형태를 이뤘다. 얼마전까지는 빈집들이 속출, 일부 훼손되거나 멸실돼 을씨년스러운 표정을 자아냈다. 이에 주민들이 옛 풍경과 정취를 벽화라는 독특한 테마로 새롭게 되살림으로써 지역문화 명소로 바꿔냈다.


최근 마을주민들은 벽화 및 지역문화예술 보존을 위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중이다. 우선 벽화를 새로 그려넣고 전체적인 테마를 일관성 있게 부여할 작정이다. 벽화작업을 주도한 '교동마을 민화연구소'가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를 기획, 옛 향교에서 선비들이 출세를 위해 학문을 정진했던 것을 그림에 담아 낼 계획이다. 이는 아직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공간에도 벽화를 채우고, 기존 그림을 보존하면서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을 지역문화재에 초점을 맞춰 어변성룡도(魚變成龍圖)를 어변성룡도(魚變成龍道)로 새롭게 해석해내는 일이다.


이어 교동마을 주민과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관광두레'사업이다. 벽화를 관광자원화하고, 빈 대장간과 떡 방아간을 재현하는가 하면 다양한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사업 방안으로 교육체험 프로그램으로 골목놀이 체험, 대장간 체험, 민화그리기 체험, 제천향교와 연계한 예절교육 등 교육사업과 민화관련 상품, 골목 장터 및 골목 축제, 대장간 수제품, 골목놀이 제품 등 골목문화 상품을 꼽을 수 있다. 마을카페, 휴게실 등 편의시설도 마련한다. 이에 모든 사업을 포괄할 수 있는 마을기업 혹은 협동조합을 결성, 수익기반을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벽화가 만들어낸 골목길의 기적'..제천 교동마을 제천 관광두레를 주도하고 있는 이재신씨는 "관광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이후 각종 인프라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주민주도형 관광상품을 통해 수익이 현지인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사업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은 갤러리, 장터, 민화마을을 테마로 한 상품 개발 등으로 여념이 없다. 제천 관광두레를 주도하고 있는 이재신씨(48)는 "올해 착실히 준비하면 내년에는 관광 일자리가 20여 개 이상 만들어질 것"이라며 "협동조합 형태의 마을기업을 세워 자립기반을 갖춰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민화는 물론 향교라는 역사 자원을 살리고, 골목길 경관을 문화자원으로 삼아 새로운 형태의 관광비즈니스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업 성패는 주민 협력에 달려 있다. 마을 사람들도 가장 강조하는 대목이다. 지은순 민화연구소장은 "마을 토박이와 예술인들이 서로 협력적인 분위기를 잘 형성하고 있어 다양한 아이디어와 토론이 상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살아 있는 마을, 소통하는 골목길, 도시와 도시간의 협력을 위한 체험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동마을 사례는 벽화 그리기라는 문화 실천이 마을 전체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자족 기반을 바꿔가는 지를 잘 가르켜주는 사례다. 이제 마을 부녀회 및 노인회, 향교보존회, 지역예술인 등이 하나가 돼 민화마을 가꾸기를 통한 관광비즈니스라는 새로운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이렇게 마을이 합심하고 나서자 제천시청 등도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도 지속적으로 현장을 방문, 교동마을 주민들과 토론을 벌이며 문화거리 및 관광두레 모델 발굴에 협력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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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두레사업은 전적으로 주민들의 자생력에 기초해 문화관광자원 보존, 생활문화 혁신, 주변 경관과 관광비즈니스를 입체적으로 엮어 자립기반을 확충해나가는데 있다"며 "교동민화마을의 구상은 향후 지역관광사업의 주요 모델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제 교동마을은 낡고 허름한 마을과 골목, 거리를 새롭게 재생시킴으로써 역사문화 자산을 토대로 지역 정체성 확립, 수익 기반 마련, 주민 생활 향상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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