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이정수(가명)씨는 2010년 12월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가좌마을의 한 아파트(전용면적 135㎡)를 6억8424만원에 매입했다. 부족한 돈 4억3000만원(63%)은 은행 대출로 충당했다.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며 이자조차 내기 힘들어진 이씨는 급매로 아파트를 내놨으나 팔리지 않았다. 관리비도 1년 이상 미납해 300만원이 넘었다. 월급으로 이자를 감당해야 했던 이씨는 현금서비스를 통해 생활비를 끌어다 쓰다 결국 카드사에서 집을 가압류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설상가상으로 그 사이 은행은 경매를 신청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7월 감정가 7억원에서 3번 유찰 돼 최저가가 2억4010만원까지 떨어진 후 지난 10월 감정가 대비 58%인 4억499만원에 낙찰됐다. 채무액 4억3000만원보다 낮게 낙찰됐다.
지난달 법원 경매장에 나온 서울·수도권 아파트 물건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입으로 대출금 갚느라 허덕이는 '하우스푸어'가 여전히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
11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지역의 10월 아파트 경매 물건을 총 3024건으로 전월(2362건) 대비 28% 증가했다. 이는 통계 조사를 시작한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이전 최고치는 지난해 11월 2923건이다.
지역별 경매 물건 추이를 살펴보면 서울은 10월 물건 수는 753건으로 전월(621건) 대비 21% 증가했다. 경기 또한 1865건으로 전월(1319건)보다 무려 41%나 증했다. 인천은 다소 줄었다.
하유정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수도권 아파트 경매물건이 증가하는 것은 오랜 경기불황과 부동산경기침체로 거래실종이 일어나 하우스푸어가 계속적으로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경기도 지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2기 신도시와 수많은 택지지구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구입한 투자자들이 부동산 침체를 겪으며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경매물건이 많은 대표적인 지역은 용인으로 290건을 기록했다. 이어 고양 251건, 남양주 129건, 파주가 123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중대형아파트가 많은 지역으로 현재도 미분양아파트가 많아서 거래가 잘 되지 않는 지역들이다.
하유정 선임연구원은 "경매물건이 이와 같이 많아지면 낙찰사례가 일반시장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결국 경매물건이 충분히 소진되기 전까진 많은 수의 저가 낙찰사례는 아파트 가격 반등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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