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5일 미 해군 참모총장을 지낸 알레이버크 제독의 흉상의 제막식이 해군사관학교 거행되었다. 알레이버크 제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함대에서 구축함 전대장과 기동함대 참모장을 맡아 크고 작은 전공을 세웠다. 이러한 알레이버크 제독은 우리나라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미 해군 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1955년 8월부터 1961년 8월까지 경비함과 상륙함, 호위구축함, 고속수송함 등 모두 32척의 함정을 한국에 제공해 우리 해군의 전력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알레이버크 제독은 1996년 1월 1일 94세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했다. 그러나 그의 이름은 오늘날 미 해군의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에 함명으로 사용되어, 알레이버크 제독을 기리고 있다.
▲가중되는 대함 미사일의 위협= 1967년 이집트 해군이 발사한 구 소련제 스틱스(Styx) 함대함 미사일에, 이스라엘 해군의 에일라트(Eilat)호가 격침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스틱스 쇼크(Styx Shock)로 알려진 이 사건은, 대함 미사일이 실전에서 처음으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사건이다.
이 사건 이후 대함 미사일은 수상 전투함이 경계해야 할 일 순위가 되었다. 포클랜드 전쟁이 한창이던 1982년 5월 4일 영국 해군의 구축함 쉐필드(Sheffield)호가 프랑스제 엑조세(Exocet) 공대함 미사일 한 발에 격침 당하고 만다. 당시 쉐필드호는 영국 해군의 최신예 방공 구축함으로 스틱스 쇼크를 교훈 삼아, 정교한 방공 체계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엑조세 대함 미사일은 스틱스 대함 미사일과 달리 저고도로 목표에 다가가는 시스키밍(Sea Skimming) 기능을 갖추고 있었고, 쉐필드호의 방공 체계는 이러한 엑조세 대함 미사일에 손쉽게 무력화 되었다. 훗날 이 사건은 엑조세 폭풍 (Exocet Storm)으로 기록된다.
▲생존성이 강화된 방공 구축함의 건조= 1980년대 초 미 해군은 적의 대함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해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한 타이콘데로가 이지스 순양함을 건조 중에 있었다. 그러나 타이콘데로가 이지스 순양함은 비싼 건조비 덕에 대량으로 배치 할 수 없었고, 개량도 쉽지 않았다.
결국 미 해군은 이지스 전투 체계를 탑재하면서 타이콘데로가 이지스 순양함 보다 건조비가 저렴하고, 스텔스(Stealth) 기술을 도입해 대함 미사일에 대한 생존성이 향상된 신형 구축함의 건조에 나서게 된다. 1988년부터 건조에 들어간 신형 구축함은 대함 미사일에 피격 시 생존성 향상을 위해, 데미지 컨트롤 설계가 적용되었고, 화재에 취약한 알루미늄 대신 강철을 광범위하게 사용하였다. 또한 화생방 공격에 대비해, NBC 방어체계가 도입되었다.
▲미사일 잡아내는 족집게 레이더 SPY-1D= 1991년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의 1번함인 알레이버크호가 취역한다. 애초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75척이 건조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냉전 종식 이후 국방예산이 감축되면서, 62척만 건조되게 된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이지스 레이더 SPY-1D를 탑재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선체 4면에 고정돼 항상 360도를 커버하는 SPY-1D 레이더는, 수동형 전자주사 레이더로 최대 1000㎞ 떨어져 있는 항공기 등 표적 약 1000개를 동시에 찾아내고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이중 20개의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다. 또한 총 90기의 수직발사기를 장착해 함대공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그리고 함대잠 미사일을 탑재한다. 이지스 전투체계와 수직발사기가 결합된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지난 2005년 스프루언스급 구축함(Spruance-class destroyer)이 퇴역하면서, 미 해군의 유일한 구축함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의 시대를 열다=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은 건조 시기에 따라 플라이트1, 플라이트2, 플라이트2A로 분류된다. 초도함인 DDG-51부터 DDG-71까지의 총 21척의 함정은 플라이트1 이라고 하며, DDG-72부터 DDG-78까지는 플라이트2로 분류된다. DDG-79이후 함정은 플라이트2A로 플라이트1/2와 달리 배수량이 대폭 증가되었고,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할 수 있도록 격납고가 추가 되었다.
한편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의 등장 이후, 세계 각국은 이지스 구축함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우리나라와 일본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기반으로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하게 된다. 일본은 지난 1990년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플라이트1을 기반으로 공고급 구축함을 건조했다. 이후 2007년에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플라이트2A 구축함을 기반으로 아타고 구축함을 건조해 전력화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플라이트2A 구축함을 참고하여, 세종대왕급 구축함 3척을 건조하였다. 2008년부터 취역한 세종대왕급 구축함은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계열 함정 가운데, 가장 큰 배수량과 강력한 무장을 자랑한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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