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미국의 하와이(Hawaii) 그리고 중국의 하이난따오(海南島:Hainandao), 이 두 섬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각국을 대표하는 섬이며, 천혜의 자연 환경으로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섬이다.
하와이와 하이난따오는 관광명소인 동시에, 뛰어난 지리적 위치로 인해 각국 해군의 중요한 기지가 있는 곳이다. 하와이의 진주만은 미 해군의 태평양 함대가 위치해 있고, 하이난따오의 싼야(三亞:Sanya)는 중국 해군의 남해 함대가 군항으로 사용하고 있다. 싼야는 중국 해군의 신형 항공모함이 배치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섬이 하나 있다.
하와이와 하이난따오에 뒤지지 않는 뛰어난 자연환경 그리고 대한민국의 생명선인 남방해역을 통제할 수 있는 탁월한 위치. 바로 제주도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제주도는 이상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한민국 군인들이 이유 없이 매맞고, 욕을 먹고 있다.
새로운 해군기지가 들어설 강정마을은, 한때 수려한 풍경을 자랑했지만, 지금은 난장판이 되고 있다. 형형색색의 현수막들은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글귀가 가득하다. 재미있는 것은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마을 사람들이 아닌 뭍에서 온 외부인들이란 점이다. 흔히 말하는 전문 시위꾼들이 주역들이다.
해군은 이미 지역주민들과 합의를 거쳐,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용지소유권을 합법적으로 완료했다. 하지만 이 전문 시위꾼들이 나타나면서, 공사는 지연되고 한 달에 60억 이상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또한 제주 해군기지는 정치쇼(Show)의 한 가운데 있기도 하다.
제주 해군기지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결정한 국책사업이다. 제주 해군기지를 정치쇼로 만든 정당 중에 하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 여당이었다. 게다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무위원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찬성했던 한 국회의원은 정권이 바뀌더니 돌연 반대로 돌아섰다. 반대를 위한 반대 대한민국의 고질병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 또한 문제다.
국책사업 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제주도, 서귀포시까지 철저하게 제주 해군기지를 외면하고 있다. 만약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4대강 사업이었다면 상황이 이렇게 까지 되었을까? 그렇다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왜 시급하고 중요한 것일까? 군사전략의 기본은 아군에게 가장 유리한 지역을, 재빨리 선점하는 것이다. 한중간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이어도의 경우, 우리 해군 기지들 보다 중국 해군 기지에서 출발한 군함들이 먼저 도착한다.
당장 이어도 근처에서 한중간에 분쟁이라도 일어난다면, 이어도는 중국 해군 군함의 작전반경 안에 들어가게 된다. 물론 이러한 일이 벌어져서는 안되겠지만, 최근 중국측의 행동을 살펴보면 걱정이 앞선다. 이어도 인근 해역에 우리나라의 해양경찰에 해당하는, 해감 소속 관공선이 끓임 없이 출몰하고 있다.
독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국책사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제는 범 정부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 영토 수호는 국가의 가장 기본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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