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성적에 대한 과한 욕심이 만들어낸 비극이다."
여자 실업축구 서울시청의 서정호 감독이 박은선의 성별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서 감독은 7일 서울 중랑구 서울시체육회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청뿐만 아니라 한국 여자축구를 위해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다른 나라에서 제기된 문제도 아니고 국내 지도자들 사이에서 논란을 야기한다는 게 답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앞서 서울시청을 제외한 한국여자축구연맹(WK) 리그 소속 6개 구단 감독들은 최근 비공식 간담회를 갖고 박은선의 성별 논란을 제기하며 "내년 WK리그에서 뛸 수 없게 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이미 연맹 측에 전달됐고, 일부 구단은 결의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리그 보이콧도 불사하겠단 방침이다.
문제를 제기한 주된 이유는 부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80㎝, 74㎏의 박은선이 동료들에 비해 신체 조건이 월등해 경기 도중 적지 않은 위협을 받았다는 지적이다. 박은선은 이전에도 보이시한 외모, 낮은 목소리 등으로 공공연히 성별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꾸준히 리그에서 활약하던 선수를 두고 뒤늦게 논란을 벌이는데 대해 구단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서 감독은 이를 성적 지상주의가 빚은 '제 살 깎아먹기'식 담합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으로 방황하던 박은선은 입단 9년차인 올 시즌 19골로 정규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서울시청을 사상 첫 정규리그 2위와 챔피언결정전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위기의식을 느낀 타 구단 감독들이 때 아닌 성별논란을 제기한 배경이란 후문이다.
서 감독은 "작년에 성적이 안 좋았다가 시즌이 시작되고 좋은 결과가 나오니까 타 팀에서 견제가 들어오기 시작했다"면서 "결국 승부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구단의 이기주의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에도 사적인 자리에선 가끔 논란이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문제가 불거진 건 처음"이라며 "6개 구단 감독들이 책임을 은폐하려는 모습에 더욱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박은선을 향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서 감독은 "걱정이 많이 돼 최근 들어 통화를 자주한다. 다행이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것 같다. 이제는 면역력이 생긴 듯하다. 타의에 의해 무너질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준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겸 서울시청 단장은 6개 구단 감독들의 안건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며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 "선수 인권보호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