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부회장 사퇴 직후인 10월 휴대폰 20만대 공급해 초반 목표 달성…4분기 흑자 전환 파란불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팬택이 지난달 국내 시장에 휴대폰 20만대를 공급하며 4분기 흑자 달성의 기반을 닦았다. 박병엽 전 팬택 부회장 사퇴 후 첫달 성적이 당초 목표치를 넘어서면서 팬택호도 초반 순항 중이다.
5일 팬택에 따르면 10월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베가 시크릿 노트' 14만대를 포함해 총 2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했다. 팬택은 9월말 전체 직원 3분의1에 해당하는 800여명을 대상으로 6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하면서 휴대폰을 월 15만대 팔면 사업 유지, 20만대 팔면 흑자를 내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후 박 전 부회장 사퇴 직후인 10월초 베가 시크릿 노트를 내놓으며 같은 달에만 20만대의 휴대폰을 공급해 조직 개편 후 첫달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팬택은 신제품 출시 초반 여세를 몰아 4분기에는 반드시 흑자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팬택은 지난해 3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영업손실 495억원을 기록하며 1분기 78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이 6배로 늘어났다. 3분기도 적자가 확실시된다. 10월에 이어 남은 두 달 동안 20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판매하면 적자 탈출도 가능할 전망이다.
일단 최근 통신 시장 상황은 팬택만 놓고 보면 우호적이다. 9월 140만대로 올해 최저 수준까지 급감했던 국내 휴대폰 시장이 10월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10월 이통 3사 번호이동건수는 92만9728건으로 1월 이후 최대치다. 이통사가 연말 가입자 목표를 달성하고 제조사도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면서 상반기 정부의 보조금 단속으로 얼어붙었던 시장이 뒤늦게 풀리는 양상이다. 출고가보다 높은 보조금을 지급하는 '마이너스폰'이 등장하는 등 보조금 경쟁 과열이 우려되는 수준이지만 보조금 축소와 시장 위축의 가장 큰 희생양이었던 팬택으로서는 휴대폰 시장 확대로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된 측면이 없지 않다.
연내 베가 시크릿 노트 50만대 판매 목표 달성도 기대해 볼만 하다. 박창진 팬택 국내 마케팅 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전 국민의 1%가 베가 시크릿 노트를 사용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약 10%로 떨어진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도 15%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관건은 내년 1분기 이후다. 내년 통신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고 팬택도 꾸준히 휴대폰을 월 20만대 이상 공급하며 지속적으로 흑자를 내는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팬택은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업그레이드 확대, 이마트와의 협력을 통한 사후서비스(AS) 강화 등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리고 사업자에도 적극적으로 물량 확대를 요청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달 당초 목표치로 제시한 휴대폰 월 20만대 공급을 달성했다"며 "4분기 반드시 흑자 전환하고 향후 실적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