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개통' 꼼수 극성
단말기값 쌀때 샀다가 되팔아 차익… 보험사기 등 피해 우려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의무통화만 했습니다. 개통은 7월5일(화이트), 16일(블랙)에 했습니다. 각23만원에 팝니다."
이동통신사간 보조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그 틈을 타고 가개통 스마트폰 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값이 쌀 때 개통해놓은 것을 가격이 비싸지자 되파는 물건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명의도용이나 대포폰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어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본지가 한 포털 사이트 중고물품 거래 카페에서 '가개통'을 검색하자 하루 평균 게시되는 글이 360건에 달했다. 이 중에는 아이폰5S, 갤럭시노트3, 갤럭시S4 LTE-A 등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폰도 상당수였다. 가개통 휴대폰은 개통만하고 실제로 사용하지 않은 폰으로, 포장만 뜯어놓았을 뿐 새 제품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이 판매점 직원들이 실적을 위해 개통했거나 폰테크족들이 의무 사용 기간만 지키고 해지한 것들이다. 일시적으로 과다 보조금이 지급됐을 때 이를 구매하고 추후 재판매해 차액을 남기려는 목적이 대부분이다.
일부 가개통 스마트폰 판매자들의 아이디를 조회해보니 한 사람이 월 15건 이상의 제품을 올리기도 했다. 대부분 '새제품', '미사용품', '미개봉' 등의 수식어를 붙여 '중고지만 새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 판매점 관계자는 "단골들한테는 싸게 주기 위해서 (가개통)할 때도 있다"며 "리베이트가 많이 풀리는 날 개통 해놨다가 비싸지면 되파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할부금은 묶여 있지만 스마트폰 단가가 내려갔을 때 확보해놓고 단가가 비쌀 때 팔면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휴대폰 가개통이 불법은 아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유통시장이 왜곡되고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폰을 구매한 후 판매자가 분실신고를 하면 휴대폰이 분실폰으로 전락할 수 있다. 여기에 판매자가 분실 보험금까지 챙기는 경우도 있어 보험사기도 우려된다.
이통사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개통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개통만 돼있고 통화가 발생하지 않거나, 휴대폰 이용실적이 없는 휴대폰은 우선적으로 선별한다. 또 전산 확인을 통해 가개통이 의심되는 판매 직원에 대해서는 소명을 요구하고, 가개통 사실이 확인되면 그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책임을 묻는다. 이통사 관계자는 "편법으로 유통되는 사례들을 조사하고 있다"며 "돈도 돈이지만 실적을 조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가개통 스마트폰 유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단속이 느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몇 년간 가개통 실태 조사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개통은 이통사 입장에서도 손해이기 때문에 (이통사에서) 직접 통제하고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시장이 혼탁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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