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배임 혐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석채 KT회장이 3일 이사회에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혼돈에 빠진 KT 내부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갑작스런 이 회장의 사의 소식이 전해지자 한 KT관계자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대승적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KT가 광대역으로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시점에서 본인이 누를 끼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반면 사의 소식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KT노조 관계자는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일부에서는 신정부 들어서고 사의할 가능성을 제기했다"며 "하루 빨리 회사 분위기가 원상회복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석채 회장은 2009년 1월 KT 사장으로 취임해 두 달 후인 3월 회장에 올랐으며, 취임 3년 만인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 회장의 공식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다.
이날 이 회장은 전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직원들의 고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 회장은 "후임 CEO가 결정될 때까지 남은 과제를 처리하고 후임 CEO가 새로운 환경에서 KT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의혹들이 해소될 수 있다면 나의 연봉도 숨김없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열린 '아프리카혁신정상회의'에 참석한뒤 2일 귀국하자마자 다음날 바로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 지난 달 22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된지 이주일도 채 안됐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참여연대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올해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장을 고발한 것에 따른 것이다.
지난 2월 참여연대는 KT가 스마트(SMRT) 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전국언론노조와 함께 이 회장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KT 사옥 39곳을 매각하면서 감정가의 75%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고 팔아 회사와 투자자에 손해를 끼쳤다며 재차 고발장을 제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회장에 대한 참여연대의 고발건과 관련해 지난달 22일과 31일 두차례에 걸쳐 KT 사옥, 이석채 회장과 임직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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