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가 되면 재즈음악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3장의 미니앨범은 앞으로 할 음악의 프롤로그"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지난 6년은 가수 신승훈에게 도전과 실험의 시간이었다. 2006년 정규 10집 앨범을 발표한 이후 그는 다른 길을 모색했다. 1991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가 수록된 데뷔앨범부터 총 10장의 앨범을 내면서 한 눈 팔지않고 '발라드 가수'로서의 길을 걸어온 그였다. 하지만 지난 6년간 발표한 세 장의 미니앨범은 대중이 원하는 모습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음악적 자아'에 집중했다. 2008년 '라디오 웨이브', 2009년 '러브 어클락'을 거쳐 최근 마지막 시리즈인 '그레이트 웨이브'를 내놓은 신승훈은 "20년의 가수 인생 중 지난 6년이 가장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라고 고백한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승훈은 지난 4년의 공백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한 가수의 앨범이 1000만장이 넘게 팔리면, 그 가수의 목소리가 더 이상 신선하지도 않을 뿐더러 어떤 평가도 받기 힘들다. 다들 노래를 듣고 '신승훈이네' 하고 마는 그런 분위기가 싫었다. 난 20년 동안 음악을 해온 사람이지만 앞으로 20년은 더 음악을 해야 할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한번 실험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자 싶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신보 '그레이트 웨이브'에는 익숙하지만 '낯선' 신승훈의 모습이 가득 담겨있다. '내가 많이 변했어'라는 노래 제목이 달라진 그의 모습을 말해준다. 랩퍼 버벌진트와 싱어송라이터 라디(Ra.D), 힙합 그룹 다이나믹듀오의 최자 등 다양한 후배들이 신승훈의 음악에 새로움을 더해줬다. 올해 상반기 화려하게 복귀한 선배가수 조용필의 존재도 그에게는 많은 용기와 자극이 됐다. 많은 고민 끝에 탄생한 이번 신보는 지난 달 23일 출시되자마자 각종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는 500여명의 팬들이 줄을 서서 그의 앨범을 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발라드 황제'라는 말은 내가 붙인 것도, 회사가 붙인 것도 아니다. 대중들이 지어준 말이다. 처음에는 이 말이 영광스럽기도 했지만 족쇄가 되기도 했다. 난 발라드만 해야되나 싶기도 했고. 하지만 모든 게 내가 어떻게 열심히 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 음악하는 사람이 자신의 나이를 인지하기 시작하면 큰 일 난다. 그 나이에 맞게 행동하면, 10~2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를 못 만드니까. 가수는 철이 들면 안되는 것 같다."
무명시절을 거치지 않고, 첫 데뷔앨범부터 정상의 자리에 올랐던 신승훈은 통산 앨범 판매량 1500만장, 7장 앨범 연속 밀리언셀러, 데뷔 이후 총 364주간 1위 등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신승훈은 과거를 돌아보거나, 추억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그렇게 열심이였던 신승훈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난 1집 때부터 너무 혜성처럼 떠올랐다. 2집 '보이지 않는 사랑'부터는 이미 떨어질 것을 준비했다. 그러나 학처럼 큰 날개를 가지고 천천히, 서서히 내려오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한 눈 팔지 않고 음악만 했다."
20년을 음악만 했지만 아직 못해본 것이 더 많다. 현재로서는 후배 양성도 계획하고 있고, 정규 11집 앨범에 대한 구상도 한창이다. 더 지긋이 나이가 들면 재즈에도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지난 6년간 냈던 3장의 미니앨범들은 지난 내 음악인생의 에필로그이자, 앞으로 해야 할 음악의 프롤로그이다. 20년이 지나도 신승훈은 가수든지 프로듀서든지, 아님 또 다른 어떤 것이든지 음악과 관련된 사람일 것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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