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30일 교육과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주무부처 장관들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대(對)정부 강경투쟁에 나섰다.
전교조는 이날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정부의 교육정책이 대선공약 파기이며 공교육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규탄하면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을 사실상 허용한 교육부를 비판하고 서남수 장관의 퇴진을 촉구했다.
전교조는 성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치열한 입시경쟁과 복잡한 대입제도로 인한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자 대통령선거에서 대입제도 간소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국민을 우롱하고 국민의 열망을 짓밟는 대선공약 파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대입에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대로 최소한 수능은 학생부 위주로, 정시는 수능 위주로 뽑아야 했으나 수시모집에서 각 대학은 여전히 학생들에게 학생부, 대학별 논술, 수능성적, 학생부 내외 스펙을 모두 준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서 "아무것도 간소화되지 않았고 학생들의 입시부담도 전혀 경감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시안에 있었던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안도 확정단계에서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면서 "학생들은 여전히 수능, 내신, 논술, 스펙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4각형 입시제도에 갇혀 허덕일 수밖에 없다"고 따졌다.
전교조는 2017년 수능체제 개편안에 대해서도 "문·이과 융합안과 절충안을 제시하면서 요란을 떨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영어, 수학, 국어 중심의 수능체제는 변함이 없고 오로지 대통령 지시사항이었던 한국사만 필수로 들어와 있다"면서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덜어주고 영어·수학·국어 중심의 편향된 입시 교육을 개선할 어떤 내용도 담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특히 자사고의 학생선발권을 인정한 일반고 대책과 관련, 전교조는 "사기도 이런 사기가 없으며 기만도 이런 기만이 없다"면서 "자사고 학부모는 귀족 취급하면서 일반고 학부모는 천민 취급한 꼴이다. 일반고 강화방안이라는 간판을 걸어놓고 실제로는 자사고 활성화 방안을 확정한 것은 '양머리 내걸고 개고기 파는'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비난했다.
전교조 해직교사들도 같은 장소에서 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전교조 설립취소 철회와 함께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퇴진,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해직교사 10명은 "전교조 해직교사가 된다는 것은 치열한 교육 개혁 투쟁 과정에서 생겨나는 온갖 탄압과 비난을 견디는 일"이라며 "해직교사는 전교조와 분리해서 판단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24일 전교조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시정하지 않자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박탈했다. 전교조 소속 해직교사는 22명이다.
이들은 "과거에 해직교사들이 조합원으로 당당히 활동했던 것처럼, 그리고 미래에 정권의 탄압으로 발생할 해고조합원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전교조 이름으로 당당히 활동할 것"이라면서 "박근혜정부가 전교조 설립취소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박근혜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국민과 함께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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