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국세청은 올해 초 일선 세무서에서 근무하는 직원 400명을 빼내 전국 6개 지방청 조사국으로 발령냈다. 세무조사 인력을 강화해 세수(稅收)를 늘려보겠다는 취지에서다. 전국 세무서가 111곳이니, 세무서마다 평균 4명 정도가 차출됐다.
당시 차출된 직원들은 세무서에서 세원관리나 납세자보호 부서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민원 담당'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납세증명 발급, 휴폐업 신고 등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민원에서부터 서로 얼굴을 붉혀야 하는 과세분쟁 민원까지 다양한 형태의 민원을 현장에서 해결해 왔다.
이들이 지방청 조사국으로 옮겨 간 이후 일선 세무서에서는 대민원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일손이 달리다 보니 민원에 자연적으로 소홀해진 것. 100명이 근무하는 세무서 기준으로 순수 민원 업무만을 담당하는 직원은 5명 안팎이라 1명만 빠져도 금방 티가 난다. 3~4명 이상 줄어든 세무서에서는 납세자들에 대한 현장 서비스 기능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국세청의 애초 취지대로 세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다. 조사 인력 400명을 늘린 이후 국세청이 올해 상반기 동안 세무조사를 통해 부과한 세액은 3조1309억원이다. 지난해 상반기 3조5530억원에 비해 오히려 12% 줄었다. 결과적으로 국세청 입장에서는 민원에 소홀해 '민심'도 잃고, 세수 확보도 못해 '실속'까지 잃은 꼴이 됐다.
한 해 세수의 90% 이상은 납세자들의 자발적인 신고ㆍ납부로 거둬진다. 세무조사를 통한 세수는 전체의 3% 내외에 불과하다. 때문에 선진국들의 과세행정은 합리적인 과세와 납세자들의 자진 납부를 유도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세금을 더 걷겠다는 국세청의 입장은 얼마든지 이해된다. 새정부가 들어서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걸었으니 국세청도 뭔가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전시행정만으로는 세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더욱 문제인 것은 자칫하면 국민의 신뢰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