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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한글 원리 담긴 알파벳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0초

영어 알파벳에 한글을 만든 원리가 적용된 듯한 자음이 몇 가지 있다. B와 P다. 한글 ㅁ과 ㅍ에 해당한다.


ㅁ은 입술을 다물었다가 벌리며 소리를 낼 때의 입 모양을 본떴다. 발성 방법이 ㅁ과 비슷한 ㅂ과 ㅍ은 ㅁ에 획을 더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B와 P도 이런 원리로 풀이할 수 있다. B는 소리를 내기 직전의 다문 입술을 옆에서 본 모양이고 P 소리는 B를 변형해서 나타냈다고 설명한다는 말이다. 상상의 폭을 넓히면 F도 기본형 B에서 갈라져 나온 자음이라는 분류가 가능하다. 나아가 알파벳 M도 B를 왼쪽으로 돌려놓고 받침 획을 지워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영어 알파벳에 대한 이런 나의 연상은 상상일 뿐이다. 한글의 탁월함을 생각하다가 알파벳에는 한글 같은 특징이 전혀 없을까 뜯어보다가 착안한 부분이다. B와 P에서 보이는 형태의 유사성은 우연의 산물이다. 그렇지 않다면 더 많은 알파벳 낱자에 그런 원리가 적용됐을 것이다.

발음이 거의 저절로 떠오르는 모양으로 기본 낱자를 창안해내고 여기에 획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모든 자음과 모음을 표현한 문자는 한글이 유일하다.


언어학자들은 이런 문자체계는 한글이 유일하다고 인정한다. 언어학자 스티븐 로저 피셔는 '문자의 역사'에서 "한글은 모든 문자로부터 독립적이며 완전하다"고 평가한다.


한글은 기존 문자를 개량한 게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든 문자라는 말이다. 한글이 기존 문자를 바탕으로 삼았다는 모방설은 논리가 아니라 상상 위에 세워진 이야기다. '조선왕조실록'에 남은 "옛 전자(篆字)를 모방했다"는 기록은 형태와 관련한 것이지 제자 원리를 말하는 게 아니다.


모방설은 부러움이나 놀라움에서 비롯됐다. 어느 문자에도 기대지 않은 채 홀로 홀연히 나타나 모든 문자를 압도하매, 부러워하다 시샘하게 된 쪽에서 지어냈다. 다른 편에서는 소리가 그대로 문자가 되고 문자가 소리로 되살아나는 경이로운 경지가 믿기지 않는다며, 분명 기존 문자의 장점을 취했으리라고 여겨 모방설을 주장한다.


누군가 시샘으로 모방설을 주장하면 이렇게 되받아주면 어떨까. 한글이 그 문자의 신세를 졌다면 그 문자를 쓰는 사람들은 이제 한글의 도움을 받을 기회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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