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FTC와 1억달러 벌금에 합의한 배경과 의미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JP모건이 치르게 된 ‘런던고래값’이 10억달러로 늘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16일(현지시간) JP모건이 런던고래 사건의 잘못을 인정하고 벌금 1억달러를 물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JP모건이 런던고래 사건으로 부담하게 된 벌금은 10억달러로 늘었다. JP모건은 지난달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영국 금융감독청(CFA) 등과 런던고래 시장조작에 대해 벌금 9억2000만달러를 내는 데 합의했다.
런던고래란 JP모건의 런던지점이 신용부도스와프(CDS)를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막대한 물량을 쏟아내 시장을 교란시킨 것을 가리킨다.
런던고래 사건이 CFTC 합의에 이르게 됐지만 이 사건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JP모건은 이와 관련해 미 연방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JP모건 전 직원 두 명이 기소됐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민사소송에 걸려 있다.
◆도드프랭크 칼 처음 휘둘러=JP모건 런던고래에 대한 제재는 도드프랭크법이 적용된 첫 사례다. 데이비드 마이스터 CFTC 시장감시국장은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무분별한 시장조작 행위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마이스터 국장은 “CFTC는 이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기존 포지션을 방어하기 위해 가격결정에 끼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엄청난 물량을 시장에 투매하는 행위로부터 금융시장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CFTC는 이전에는 트레이더가 시장을 조작할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했다. 이로 인해 시장조작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도드프랭크법이 도입되면서 CFTC는 트레이더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거래했다는 점만 보이면 충분하게 됐다.
◆손실 줄이려 매물폭탄 투하=CFTC가 밝힌 사건의 개요에 따르면 JP모건 런던지점이 투자한 파생상품은 CDS를 묶어 만든 신용부도인덱스(CDX)였다.
2011년 말 JP모건 런던지점의 이에 대한 투자규모는 510억달러에 이르게 됐고, 이 규모에 주목한 언론은 JP모건 런던지점의 트레이더를 런던고래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수익을 내고 있던 포트폴리오가 손실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월 말부터였다. 2월에 접어들면서 손실이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CDX 중 IG9 10Y라는 지수가 문제였다. JP모건 런던지점은 이 지수가 떨어진다고 보고 무려 610억달러의 순매도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
2월29일 트레이더들은 순매도 포지션의 손실이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실행에 옮겼다. 이 지수 매물을 70억달러 이상 쏟아부은 것이다. 매물 압박으로 가격이 떨어지면 순매도 포지션의 손실이 줄어든다.
◆JP모건 잘못 인정해 의미=뉴욕타임스(NYT) 등 언론은 CFTC가 JP모건이 잘못을 인정하도록 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은 이례적으로 자사의 트레이더들의 거래가 무분별했다는 CFTC의 지적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은행은 관련 소송에서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규제당국도 금융회사가 규정을 위반한 행위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데 대해 눈감아주곤 했다.
CFTC는 그러나 JP모건이 소송 사태에 휩쓸리지는 않도록 하는 단서를 달 수 있도록 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JP모건은 CFTC의 명령에 언급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CFTC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도, 이를 부인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NYT는 이 기술적인 문구가 JP모건을 주주소송이라는 공격으로부터 지켜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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