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핑(topping)'을 미국 골퍼들은 '해골'이라고 한다.
아마추어골퍼가 라운드 도중 범하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가 바로 '토핑(topping)과 뒤땅(duff), 생크(shank)'다. 모두 스윙의 매커니즘이 잘못된 까닭인데 이중 가장 황당한 게 바로 토핑이다. 티 샷한 공이나 그린을 향해 날린 공이 낮게 굴러가 아예 제 거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다. 정상적인 온 그린(regulation on)이 어려워져 스코어 메이킹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토핑은 "공의 중심보다 상단부를 친다"는 의미의 동명사다. 가장 큰 원인은 '헤드업(head up)'과 공을 띄우려고 성급하게 골프채를 들어 올리려고 할 때 허리의 축이 무너지면서 발생한다. 임팩트가 되기 전에 머리를 들어 버리면 스윙궤도가 흐트러져 공 윗부분을 때리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팩트 직후까지 공이 있던 위치에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헐거워진 나사처럼 골프채가 헛돌아 임팩트 전 손목이 일찍 풀리기 때문이다. 왼손 그립을 검지와 엄지를 제외한 세 손가락으로 단단히 쥐면 개선된다. 미국 골퍼들은 해골이라는 뜻의 '스컬링(Skulling)'이라고도 한다. "해골을 발로 차면 굴러가는 길이가 매우 짧다"는 데서 비롯됐다. 티 샷한 볼이 러프에 걸리면 얼마 굴러가지 못한다. 발로 찬 해골과 토핑한 공의 굴러가는 모양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유추해 이런 용어를 만든 셈이다.
벙커에서 토핑이 났을 때는 "I skulled my shot in the sand"라고 한다. 영국인들은 엽기적인 해골 대신 'bladed shot' 또는 'topped shot'이라고 하는데 모두 저탄도로 강하게 날아가는 샷이다. 토핑의 또 다른 표현은 '웜 버너(worm burner)'다. "잔디 위를 구르는 공의 열 때문에 벌레들이 화상을 입어 죽는다"는 조크다. 때로는 토핑한 공이 잔디를 잘라준다고 해 '제초기(grass cutter)'라고도 한다.
보통 골프 레슨서에서는 토핑을 "I hit it thin"이라고 하는데 '얇게 쳤다'다. 다시 말해 공 머리를 쳤다는 뜻이다. 일본 골퍼들은 '쪼로', 북한에서는 '땅볼'이라 부른다. 음식영어로 토핑은 피자나 케이크 또는 비빔밥 위에 올려놓는 고명이나 장식물이다. 외국인들과 라운드 할 때는 '타핑'으로 발음해야 제대로 의사가 전달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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