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안타는 시작에 불과했다. 넥센의 5번 타자 김민성이다. 잃어버렸던 타격감을 온전하게 되찾았다.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두산과 준 플레이오프 3차전이다. 0대 3으로 패색이 짙던 7회 무사 1, 2루에서 왼 담장을 넘어가는 홈런을 터뜨렸다. 노경은의 5구째 시속 144km 몸 쪽 높은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비거리 120m의 포물선을 그렸다.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포스트시즌 개인 첫 홈런. 자신을 5번 타순에 복귀시킨 염경엽 감독의 믿음에 부족함 없이 화답, 포스트시즌 최고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정규시즌 막판 저조한 타격 페이스를 걷어낸 시원한 한 방이었다. 김민성은 10월 마지막 5경기에서 타율 0.111(18타수 2안타)로 부진했다. 염경엽 감독은 1, 2차전에서 그를 6번으로 내리고 대신 강정호를 5번 타순에 배치했다.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고 타격에 임할 것을 유도했다. 구상은 좀처럼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1, 2차전 여덟 타석에서 볼넷 2개를 골라지만 1개의 안타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염 감독은 3차전이 김민성에게 반등의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규시즌에서 이날 선발투수 노경은에 꽤 강한 모습을 보인 까닭이다. 맞대결 성적은 2루타 4개 포함 9타수 6안타 3타점. 박병호 뒤에서의 해결사 역할을 충분히 기대할 만했다. 강정호마저 1, 2차전에서 총 1안타를 치는데 머물러 염 감독은 이날 과감하게 김민성을 5번에 복귀시켰다.
구상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2회 첫 타석에서 3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으나 선두로 나선 5회 좌전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조율했다. 그리고 7회 호쾌한 스윙으로 승리를 확신하던 두산 더그아웃에 찬물을 끼얹었다. 맹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9회 우익수 뜬공으로 돌아섰으나 연장 12회 다시 좌전안타를 쳐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응집력 부재로 3대 4로 패한 넥센에겐 분명한 희망의 메시지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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