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는 롤모델이나 멘토 없이 경영활동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이지은 기자, 박혜정 기자, 이정민 기자] '스타 여성 최고경영자(CEO) 배출의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여성기업 CEO들은 한목소리로 '스타 여성 CEO' 배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롤모델이 인재를 낳고 그 인재가 다시 롤모델로 성장한다는 점에서, 여성 CEO 육성고리인 롤모델 여성 CEO의 배출을 통한 선순환 생태계의 구축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7일 아시아경제와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중소기업 여성 CE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롤모델이나 멘토가 있다는 응답은 47%에 그쳤다. 나머지 53%는 롤모델이나 멘토 없이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의견도 78%에 달했다. 여성 CEO 5명 중 4명이 여성의 인맥이 부족하다는 데 동의한 것.
전문가들은 롤모델의 성공·실패를 벤치마킹하는 과정과 네트워크를 통한 플레이를 통해 기업이 함께 성장한다는 점에서 CEO에게 롤모델과 네트워크는 꼭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실례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주는 스티브 잡스라는 롤모델을 통해 성공 방정식을 찾았고 스티브 잡스 역시 엔지니어나 마케팅 전문가들의 도움을 통해 애플을 창업했다. 레지스 메켄나의 도움을 받아 사과 모양의 애플 로고를 만든 것은 유명한 일화다. 특히 여성 CEO의 경우 네크워크 부재 등 여성 경영인으로서 부딪히는 한계나 여성만의 고민을 함께 나누거나 본보기로 삼을 여성 롤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설문조사 결과 한국 여성 기업인이 처한 현실은 이와 달랐다. 롤모델이 있다는 답변 중에서도 가장 많이 꼽힌 이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 유명 남성 기업인이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우 맨주먹으로 시작해 이제 우리 경제의 젖줄이 된 자동차, 조선, 건설 사업을 키워냈다는 점에서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는 혁신 아이콘으로, 창조경제의 본보기로 삼고 있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 외에도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이해진 NHN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석우 카카오 대표 등 제조·IT분야서 다양한 남성 기업인이 롤모델로 꼽혔다.
반면 여성 롤모델은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한국맥널티 대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등에 그쳤다. 여성 기업인 수 자체가 적다 보니 여성 롤모델 역시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은정 회장은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네트워크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에 대한 성공 확신이 없다"며 "기술, 금융, IPO 등 중소기업 사장들이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분야를 정부가 집중적으로 육성해 여성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경희 대표도 "여성기업인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강화해 성공 기업인을 배출해야 한다"며 "경쟁력 있는 사업 아이템들이 알려질 수 있도록 유통 진입이나 홍보에 대한 지원, 금융 우대, 세제 혜택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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