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올해도 여러 기업인을 불러내 호통치고 망신 주는 구태로 시끄러울 듯하다. 국회는 오는 14일부터 20일간 진행되는 국정감사에 이미 100명이 넘는 기업인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채택했다. 재계 총수와 최고경영자(CEO)가 대부분이다. 삼성, LG, 현대자동차, 포스코, KT, 롯데 등 웬만한 대기업을 망라하고 있다. 국정감사가 아니라 기업감사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선 기업인은 145명이다. 전년의 61명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크게 늘어날 게 분명하다. 경제 민주화, 환경 사고, 일감몰아주기 등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교통위가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을 비롯한 54명, 정무위가 59명 등 2개 상임위에서 채택한 기업인 증인만 벌써 110명이 넘는다. 지식경제위, 기획재정위, 환경노동위, 복지위 등 단골로 기업인을 부르는 상임위까지 가세하면 지난해 수준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정부와 공공기관이 국민 세금을 제대로 썼는지, 정책 집행에 오류는 없었는지 등을 따지고 감시하는 자리다. 그런데 국정감사가 언제부턴가 재계 총수등 기업인들을 불러놓고 호통 치는 자리로 변질된 듯한 모습이다. 상임위 간에 부르기 경쟁하듯 일단 증인으로 채택하고는 윽박지르고 창피주다가 끝낸다. 종일 대기하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치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국민적 의혹이나 문제가 있으면 국회가 기업인을 불러 의견을 묻거나 추궁할 수 있다. 그럴 때에도 일정한 원칙과 기준은 필요하다. 기업은 행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고 행정부는 국회의 감시를 받는다. 기업인을 부르기에 앞서 그의 기업을 소관하는 정부 부처의 관리 감독부터 따져보는 게 순서다. 민간 기업인을 마구잡이로 부르는 건 횡포다. 국회는 기업의 갑이 아니다.
기업인 증인 채택은 꼭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일단 증언대에 세운 기업인은 심도있게 추궁하고, 진지하게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다. 숫자만 늘려 부르고 보자는 식으로는 문제 파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과거 기업인을 불러내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 무엇이 달라졌는지 국회 스스로 엄정하게 따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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