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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장터문학의 대서사' 완성, 30년..객주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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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위대한 장터문학의 대서사' 완성, 30년..객주 1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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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문학의 대서사'가 완성됐다. 객주의 완결편 제 10권은 30여년이 넘는 대장정의 마침표다. 기존 9권까지와는 달리 정경유착의 형성과 배경, 관료와 상업세력 결탁, 비리 등 우리 자본주의의 어두운 일면도 다뤄 김주영 문학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객주는 김주영문학의 만년작이자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객주는 1979년 6월1일부터 1984년 2월29일까지 서울신문에 1465회(1∼9권) 연재하고 중단됐었다. 이번에 출간된 10권은 1, 2, 3권 제1부 외장(外場)과 4, 5, 6권 제2부 경상(京商)에 이어, 7, 8, 9권 제3부 상도(商盜)에 속한다.


김주영은 "소설을 쓰게 한 원동력은 가난과 결핍, 보잘 것 없는 이력,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전해진 아픔들"이라고 정의한다. 김주영은 스스로를 밑바닥 서민이라고 칭하며 단 한번도 문단의 주류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문단의 많은 교우들은 고향인 청송 진보 잎담배 생산조합 서기로 살면서 문학의 꿈을 버리지 못했던 시절, 간혹 상경할라치면 종이에 싸인 안동 간고등어를 건네던 순박함을 잊지 못 한다. 그래서 김주영 문학의 힘을 내면의 순박함, 촌놈 근성, 서민 의식 등에서 비롯됐다고 평하기도 한다.

"9권을 쓴 이후 30년동안 생애의 전체가 불편했다. 이제야 겨우 후련해졌다. 10권을 쓰게 해준 울진, 봉화의 옛 보부상과 그들의 유물, 그 당시를 살다간 사람들에게까지 감사한 마음이다. 긴 소설을 마칠 수 있게 해준 수많은 독자둘에게도 감사한다."


객주는 조선 후기 보부상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리고 있다. 김주영의 대하소설로 한국 역사사회소설의 한 획을 그으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소설은 1878년부터 1885년까지 보부상들의 삶을 통해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소설 속 주인공 천봉삼은 정의감과 의협심 강한 인물이다.

그를 따라 150여년전 보부상들의 유랑길을 동행하면 근대 상업자본의 형성 과정, 피지배자인 백성의 고단한 삶을 만날 수 있다. 객주는 금융업, 유통업, 창고보관업 및 물류업을 하던 장소이자 그런 행위를 하는 상인을 말한다. 김주영은 "처음 객주를 쓸 때는 밤마다 담배 두갑, 커피 열잔씩 마시며 5년여간 밤을 새다시피 했다. 연재할 때는 너무도 힘들어 내팽개치고 싶은 적이 하루에도 열두번이 넘었다"며 "(지금은) 모든 열정이 다 소진된 것처럼 허탈하고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무엇보다도 한국 고유의 언어를 복구하려는 노력으로 나타난다. 대대로 전수된 옛말과 속담의 활용, 민간에 유통된 비유와 사설의 구사, 민중 풍속에 밀착된 재담과 육담의 연출이라는 면에서 객주를 능가하는 소설은 없다. 더욱이 그것은 다양한 대중서사 장르의 혼성물이다. 신분과 지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인들의 모험은 피카레스크 소설 코드, 숱하게 많은 모략과 복수의 이야기는 의협 활극 코드, 계급과 장소에 특유한 인생살이 묘사는 풍속소설 코드, 작중 곳곳에 박힌 격언과 요설과 타령은 구술 연희 코드와 연결돼 있다. 그런 점에서 객주는 고유 언어의 보물창고일 뿐만 아니라 대중서사의 백과전서이기도 하다. "황종연(문학평론가)


제 9권과 제 10권 사이에 30년이라는 간극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김주영은 "객주를 쓸 당시 초기 자본주의와 관련 경제사료가 전무하다시피 했다. 역사학도도 아닌 나로서는 문학적 상상력, 열정만으로 끌고 나가기에는 힘이 부쳤다. 인문학적 한계에 부딪치면서 다시 공부하고 난 다음 쓰자는 게 30년 걸렸다"고 술회한다. 그가 다시 객주에 집념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다름 아닌 보부상비석이었다.


십이령 보부상비는 일제 때 보부상들이 십시일반, 철로 제작해 백두대간에 세운 송덕비다. 김주영은 "4년전, 흥부장(청송)과 춘양장(봉화)을 넘는 십이령 여행길에서 보부상비석, 보부상길을 발견하고는 소금을 나르는 보부상의 원형을 만나면서 이제는 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즉 울진 죽변항에서 내륙 봉화로 이어지는 소금길인 십이령 고개가 그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30여 년 만에 객주 10권이 씌어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주영은 "그간 서울 송파와 남부지방을 잇는 보부상의 활동상을 그렸지만 소금장수에 대한 얘기를 담지 못 했다. 마침 택리지에 울진 염전에 대한 기록이 있고, 소금, 건어물 등 해산물이 백두대간을 넘어 애오개시장으로 전해진 내력을 접하면서 마지막 작업을 완료할 수 있었다"라고 술회한다.


객주는 물산객주, 해물객주, 젓갈객주 등으로도 불린다. 소설 객주의 배경은 조선말 울진, 봉화, 삼척 등 영남 등 백두대간의 남쪽과 서울 애오개시장 등으로 연결되는 서민경제의 한 복판이다. 등장인물들은 주인공 천봉삼을 중심으로 시대의 변방을 이루는 장삼이사들이다. 그들이 살아가면서 빚어내는 시대의 언어는 '경제', 먹고 사는 문제다. 시장에는 온갖 물건 뿐만 아니라 사기꾼, 작부, 상인, 어수룩한 일꾼들이 어우러져 다양한 삶이 질펀하게 펼쳐져 있다. 보부상들은 장터와 장터를 이어가며 여러 사람들의 삶을 이어준다.


김주영은 "주인공 천봉삼은 내가 닮고 싶은 인물이며 우리 시대의 자본가들이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창조한 상인정신의 표본으로 세운 인물"이라며 "제 9권에서 주인공을 살려둔 것이 10권을 쓸 수 있는 불씨가 됐다"고 술회한다.


객주가 우리 문학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문학계에 '객주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상업자본주의를 다룬 수많은 아류를 이끌었다. 초기 자본주의 생성과정에 대한 연구가 적었던 역사학계에 새로운 연구 동기를 제공했으며, 이에 객주를 인용한 역사 논문을 수없이 탄생시켰다. 문학이 역사를 선도한 경우는 지금껏 매우 드문 사례다. 뿐만 아니다. 객주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여러 차례 완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장기수들한테도 인기가 높았다. 장기수들은 객주속에 나오는 질박하고도 토속적인 성애의 장면을 읽으며 감옥에서의 시름을 달랬다는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심지어는 구자경 LG명예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 수많은 재벌 총수들이 객주를 읽고 공ㆍ사석에서 소설속의 상인정신을 언급하기도 했다.


"숙제를 마쳤다. 다음엔 무엇을 한다고 싶게 말하기 어렵다. 평소 좋아하던 여행을 계속할 작정이다. 어떤 소설을 쓰게 될 지는 모른다. 다만 소설가로 마지막까지 글을 쓰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현재 경북 청송 일대에는 7500평 규모의 문학마을'이 지어지고 있다. 이곳에는 오로지 소설로 채운 도서관도 생긴다. 또한 진보 오일장 청송오일장, 주왕산 및 송소고택 등을 잇는 문화관광상품도 생겼다.


한편 김주영은 1939년 경북 청송에서 태어나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70년 '여름사냥'이 '월간문학'에 가작으로 뽑히고, 1971년 '휴면기'로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나왔다. '객주', '활빈도',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 '홍어', '아라리 난장', '멸치', '빈집', '잘 가요 엄마' 등이 있다. 또 유주현문학상(1984) 대한민국문화예술상(1993) 이산문학상(1996) 대산문학상(1998) 김동리문학상(2002) 등을 수상했다.


<객주 10권의 줄거리>


갑신년 2월 하순, 정한조 행수가 이끄는 소금 상단 일행은 십이령 내왕길에서 혼절한 사내를 발견한다. 정한조 일행은 그를 월천댁의 숫막으로 데려가 구완을 맡긴다. 월천댁에게 사내의 행방을 수탐하는 수상한 승려가 나타나고, 소금 상단 일행은 조기출 행수가 이끄는 건어물 상단과 동행하여 고개를 넘는다. 내성장에 도착한 정한조는 반수 권재만을 찾아가 십이령길에서 구한 사내의 정체에 대해 논의한다. 그의 정체가 적당일 거라고 추측한 정한조와 권재만은 그를 미끼로 적당의 소굴을 알아내어 소탕하기로 계획한다.


소금 상단 일행은 어물 도가 포주인 윤기호와 거래를 성사시키고 그의 단골이라는 색주가를 찾아가지만 그곳의 무뢰배들에게 행패를 당한다. 자초지종을 들은 정한조는 윤기호의 농간으로 의심한다. 한편 적변을 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조기출 일행이 소금 상단을 찾아온다. 십이령길에서 구급한 사내는, 정한조에게 자신이 송파 쇠살쭈였던 천봉삼이라고 정체를 밝힌다.


천봉삼에게서 화적의 실세를 파악한 정한조는 내성의 임방을 찾아가 통문을 돌려 부상들이 발기할 것을 요청하고, 권재만은 이를 해결하려 울진 관아로 찾아간다. 곽개천은 십이령 절간을, 길세만은 윤기호를 염탐하라는 임무를 받고 각각 길을 떠난다. 척후로 떠났던 곽개천은 목을 매어 자문하려던 조기출을 구해 정한조에게 데려온다. 정한조는 그에게 십이령길에서 구했던 사내가 천봉삼이 아니라 적굴의 일당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뿐 아니라 포주인 윤기호가 도둑의 접주 노릇을 하며 자신들의 행적을 소상하게 일러바쳐왔다고 말한다.


곽개천 일행은 정한조의 계책대로 한나무재 계곡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우며 일부러 산적을 끌어들여 그들을 포박한다. 정한조 일행은 내성으로 떠나 먼저 잠행 온 길세만을 찾아보지만 그는 온데간데없다. 밤중에 어물 도가로 쳐들어간 정한조 일행은 윤기호를 잡아 작둣간으로 데려가고, 윤기호는 자신이 그동안 적당의 와주 노릇을 해왔다고 실토한다. 정한조는 기세를 몰아, 색주가에 머물던 무뢰배들도 소탕하는 데 성공한다. 곽개천은 천봉삼을 사칭한 자를 호령하여 산채의 위치를 알아낸다. 적당의 두령은 속임수를 발휘하여 달아나고, 소금 상단 일행은 승려 행세를 하던 이가 진짜 천봉삼임을 알게 된다. 적굴을 소탕한 소금 상단 일행은 윤기호를 임소로 끌고 와 멍석말이하고 회술레를 돈다.


배고령은 정한조에게 길세만을 찾아내라는 분부를 받고 동분서주하던 중, 월천댁의 숫막에서 구월이와 만나 무덤가에서 육허기를 채운다. 구월이는 월천댁이 자신을 만기와 맺어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말하고는 하루빨리 초례를 치르지 않으면 자문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정한조는 천봉삼을 앞세워 두령을 추쇄하기로 하고 한나무재에서 잡아온 적굴 사람들을 사처에 수용한다. 만기는 정한조에게 배고령과 구월이가 정분을 나눈 사실을 이야기하며 자기가 앞장서 둘의 혼인을 주선하겠다고 한다.


내성 색주가에 머물던 길세만은 적당의 두령에게 붙잡혀 곁꾼으로 끌려간다. 울진 현령은 소연을 베풀어 소금 상단 일행이 적당을 소탕한 것을 치하한다. 적굴 두령은 길세만을 데리고 쑥밭이 된 산채로 찾아가고 길세만이 잠든 틈을 타, 암자 마룻장에 숨겨둔 장물을 확인한다. 마대자루를 들고 올라오던 두령을 길세만이 붙잡아 아갈잡이하고 정한조에게 달려가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월천댁은 만기가 남장 여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만기에게서 구월이가 배태했으며 아비가 배고령이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결국 배고령은 구월이와 혼례를 치르고, 장물을 고스란히 넘겨받게 된 정한조는 도회를 열어 돈과 패물의 처치에 관해 논한다. 각자 갖고 있던 밑천까지 하나로 모아 적굴에서 가난에 시달리던 이들에게 땅을 사주기로 하고 사통팔달의 길지, 생달 마을에 정착한다. 천봉삼 내외는 생달에 객주를 열고, 생달 일대의 드넓은 묵정밭은 꿀이 흐르는 문전옥답으로 바뀌게 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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