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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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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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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하얀 가운을 입은 사내와 엠불란스 운전기사로 보이는 사내가 들 것을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소연이 사촌언니는 곧 들것에 실렸다. 하림도 나서서 거들어주었다. 이런 일에는 이력이 난 사람들처럼 두 사내는 민첩하게 움직였다.


“보호자 한 분만 같이 타요.” 들것이 엠불런스 차 뒤에 실리고 나자 흰 가운을 입은 사내가 말했다. 보호자래야 지금은 소연이 밖에 없었다. 그녀는 신고 있던 슬리퍼 차림 그대로 차에 올랐다. 하림과 눈길이 마주치자 그녀의 큰 눈이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하다가 그만 두고 고개만 가볍게 까닥했다.

“조심해서 다녀와!” 대신 하림이 큰소리로 말했다. 소연아, 하고 붙이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소연이 타자 문이 닫히고 곧 엠불런스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할 일없이 앵앵 소리를 지르며 동네를 빠져나갔다. 개들이 일제히 소리내어 짖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엠불런스가 도망치듯 꽁무니를 빼며 사라지고 나자 동네는 다시 예전처럼 정적에 싸였다.


“츳. 그러니께 조심하라고 했건만.... 풍 맞은 사람이 무슨 무거운 물 대야를 들고 난리야.” 허리가 굽은 여자 노인 한 사람이 뒤에서 혀를 차며 핀잔인지 걱정인지 모를 말을 뱉었다.

“글씨, 말이우. 터진 자리가 또 터졌다면 보통 일이 아닐건데.... 근데 읍네 병원으로 간다하우, 아님 서울로 간다하우?”


“글씨, 나도 몰라. 어쨌거나 터졌으면 큰 병원에를 가야 수술을 하지.”


“큰일이군. 그나저나 슈퍼는 누가 보나?”


“당분간 닫아둬야지 뭐, 별 수 있남. 이런 판에.....” 노인네들은 말부조 삼아 그렇게 아무 영양가 없는 걱정을 늘어놓고 있다가 곧 하나둘씩 흩어졌다. 결국엔 하림과 침놓던 소연이 먼 친척된다는 코가 뭉턱한 아저씨만 남게 되었다.


“우리 인사나 헙시다. 난 허수관이라 하오.” 사내가 먼저 손을 내밀며 말을 걸어왔다. 허수관....? 왠지 그의 뭉턱한 코와 함께 이름이 우스웠다. 하소연이도 그랬는데 이번엔 허수관이라니..... 어쨌거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투가 자못 공손하였다.


“아, 예. 전.... 장하림이라 해요.” 하림이 사내의 손을 잡으며 쭈빗쭈빗 죄지은 사람 표정으로 답했다.


“소연이 한테 들었수. 유명하신 작가 선생이라고....”


“아, 아니예요.” 하림은 그가 놀린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하하하. 나도 예전에 뭘 좀 끄적거렸는데 재주가 없어 일찌감치 작파한지 오래 되었다우. 그나저나 반갑소. 시간 있으면 내 사는 데 가서 차나 한잔 하고 가구려.”


“지금요...?”


“뭐 따로 날 잡을 일이야 있나요. 나는 괜찮소만.....”


뜻하지 않았던 초청에 하림은 잠시 망설였다. 불감청이언정고소원(不敢請而告訴願)이라는 말이 있다. 감히 청하지는 못하겠지만 원하던 바였다는 뜻이다. 지금이 그런 경우였다. 그렇지 않아도 궁금했던 인물이었다. 소연이로부터 아득한 칠십년 대 그가 대학생이었을 때,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감옥살이를 했던 인물이라는 말도 들었거니와 아까 침을 놓는 모습에서 범상치 않는 내공 같은 것을 느꼈던 바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요즘 이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잡한 일들에 대해, 그에게서 어떤 이야기라도 들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얼핏 들었다.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김영현 기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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