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금메달. 아시아경제가 세운 8연속 편집상 신기록은, '인간승리'가 아닌 '신문승리'라 할 수 있다. 쟁쟁한 역사를 지니고 뛰어난 조직력을 갖춘 신문들을 제치고, 당당히 편집 1위로 올라선 힘은 무엇일까. 3년새 22차례나 갈채를 받은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아경을 취재하기로 했다.
"한국신문의 지루함 깨줬다"
'편집의 살아있는 전설'로 유명한 함정훈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아시아경제를 말하기 전에 먼저 '아경'없는 세상을 상상해보는 게 순리일 것이다. 획일화한 동어반복, 독자는 신문을 접어버릴 것이다. SNS시대 저물어가는 종이의 리노베이션을 누가 이끌 것인가. 뉴스의 리얼타임 홍수 속에 이제 뉴스는 해석, 표현에 존재가치가 달렸다. '아경'의 허를 찌르는 어젠다 세팅, 관행을 깨는 시크한 편집(특히 무릎을 치게하는 제목)은 한국신문 편집 백년사에 기념비적인 도전이다. 아시아경제는 편집과 콘텐츠로 나눠서 얘기해야 한다. 편집부터 이야기하면 이렇다. 한국 신문의 역사를 100년이라고 할 때 아시아경제는 100년 편집 관행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신문의 편집은 소통인데 이 신문은 소통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아경 편집을 한 마디로 말하면 우선 파격성과 그것을 실행하는 저력이다. 그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콘텐츠와 관련해서는 아시아경제를 마이너라고 칭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페셜리스트라고 생각한다. 메이저와 마이너는 '독자에게 얼마나 다가가는가' '독자의 눈길을 끌고 있는가' '독자에게 감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가'로 구분해야 한다. 요즘은 발행부수와 역사로 평가하는 시대가 아니다. 아시아경제의 유니크한 편집이 오히려 메이저이고 앞서가는 신문인 뉴스타터이다. 나는 아경의 열독자이자 필독자다. 매일 오후에 이 신문을 봐야 하루가 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혁신의 기풍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한국언론재단 겸임교수를 지낸 한인섭 전굿데이편집국장은 이렇게 말한다. "수십년간 깨지지 않았던 한국 신문의 참을 수 없는 지루함을 깨줬다. 조선일보와 비슷해야 한다는 '조선일보 콤플렉스'를 보기좋게 깨줬다. 영화로 비유하자면 기사는 대사이고 편집은 연출인데 아경 편집부는 연출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감각적으로 무장되어 있다. 아경의 편집상 석권은 그들의 실험정신이 제대로 평가받은 것이다. 기립박수를 보내고 싶다. 언론 관련한 강의를 나갈 때는 항상 사례로 아경 편집을 든다."
"지면은 심플, 제목은 간결"
기업에 근무하는 이들은 아경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대건설 최영창부장의 말. "일단 신문을 잡으면 첫인상이 슬림하면서도 시원하다. 사진, 도표 등 이미지를 크게 사용하고 여백을 많이 줘서 가독성을 높였기 때문일 것이다. 편집 부문의 정상을 지켜가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롯데건설 허봉회과장은 이렇게 말한다. "지면이 심플하고 제목이 간결해서 눈길을 끈다. 각 지면 기사의 타이틀과 구성이 잘 정돈된 느낌이다. 점심을 먹은 뒤 나른한 상태에서 보는 석간지로는 아경이 청량제 역할을 한다." 류탁수 쌍용건설 과장은 "아경은 차별화되어 눈에 띈다. 편집상 8연속 수상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오후의 필독신문이다"라고 말했다. 한솔그룹 홍보팀의 한 담당자는 "독자를 배려하는 것이 뛰어난 편집"이라고 평가하고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 보기좋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박상우 과장은 "포커스면을 전진배치하여 흥미롭게 읽어갈 수 있도록 한 점이 좋다"고 말하고 종이신문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고 표현했다. LG생활건강 홍보팀 이종원 부장은 아경의 편집은 타매체가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변화를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홍보팀 이은영 부장은 "특종이나 섹시한 기사도 편집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아경을 보고 알게됐다"면서 "패션의 완성이 얼굴이라면 신문의 완성은 편집"이라고 코멘트를 했다. CJ푸드빌 홍보팀 이화선부장은 "8번이나 편집상을 받다니 놀랍다"면서 "메뉴는 딸이 정하고 돈은 딸바보가 낸다고 제목은 단 것이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아경을 보면 제목을 한번 더 생각해서 다는구나 하는 생각을 늘 한다"고 덧붙였다.
KT의 한 담당자는 "사자성어로 분석한 박근혜정부 평가가 인상적이었다"면서 아경은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의 홍보 관계자는 "간결의 아름다움을 아는 신문"이라면서 "헤드라인과 지면구성이 간단 명료해 가독성이 다른 신문에 비해 훨씬 높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관계자는 "다른 신문들이 편집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아경을 참고해보라고 겁 없는 조언도 했다"고 말했다.
"혼재된 이슈, 깔끔하게 정리"
관계(官界)에선 어떻게 생각할까.
국무총리비서실 신중돈 공보실장은 "아시아경제 편집은 독특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이라며 "특히 젊은 층의 구미에 맞게 신조어 등 시대에 맞는 편집 방향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신 실장은 또 "1면의 경우 주목을 끄는 세로 편집을 통해 가독성을 높인 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최상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아시아경제 편집은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다는 생각을 해왔다. 경제 분야에서 큰 그림의 맥을 잘 짚는 것도 장점이다. 매일 수많은 신문을 보면서 머리 속에 혼재돼 있던 여러 이슈들이 석간인 아시아경제를 보면 한 번에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 아마도 눈에 잘 띄고 깔끔하게 정리된 편집의 힘이 아닌가 싶다. "고 말했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편집은 언론사 역량의 총화다. 신문의 관점과 가치관을 보여주는 것이며 독자와의 거리를 단축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경제 8회 연속 편집상 수여는 정론지로서 위상을 보여주는 언론계의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고 축하했다.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에 박수"
신현승 외환은행 영업총괄그룹 부행장은 "아시아경제는 올해들어 새롭게 지면을 개편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항상 변화와 도전을 위한 아시아경제 임직원 모두의 노력과 땀인 것 같다. 앞으로도 모든 임직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일신우일신하는 아시아경제가 되길 진심으로 성원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홍정기 대변인은 "아시아경제 편집은 입체적인 느낌이 강하다"며 "사진 배치를 시원하게 하고 그래픽 등도 많이 들어가 눈에 잘 들어온다"고 평가했다.
원정희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아시아경제의 지면은 기존의 매체들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참신한 시도로 새로운 느낌을 준다"며 "신문을 펼칠 때마다 오늘은 어떤 내용과 구성으로 기사들이 숨어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마주하곤 한다"고 말했다.또한 그는 "우리나라 언론 역사상 최초의 대기록 달성을 축하하고, 이는 그간에 들인 꾸준한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항상 새로운 방향에서의 끊임없는 고민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차별화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가장 관심있는 뉴스를 가장 감각적으로 배치하는 게 아시아경제신문만의 개성"이라면서 "객관적인 시각을 담은 기사를 세련되게 가공하는 능력이 아시아경제 신문의 급속 성장을 이끈 동력인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아시아경제 편집을 이끌고 있는 이상국 부장은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독자를 웃고 울게 만드는 편집을 원한다"고 말한다. 이 말 속에 아경 편집의 비밀이 숨어있다.
1994년 제1회 편집기자상 금상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사람 냄새 나는 콘텐츠, '스토리텔링'이 새로운 뉴스 전달방식이 될 것이라는 확신, 기존의 금기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과감한 실험, 여백을 잘 살린 디자인 미학과 시대와 소통하는 열려있는 헤드라인들, 그리고 잘 정리된 지면 구성은 아경만의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실패는 패배지만 실패를 무릅쓴 선택은 패배일 수 없다. 아시아경제 편집부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은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냈다. 그들은 가만히 하루를 다시 준비한다. 기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임훈구 기자 keyg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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