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시 K9 수출명 'K900'으로 잠정 결정
국내명은 K9, 중동 수출명은 쿠오리스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에쿠스는 전 세계 어디서나 에쿠스인데, K9은 왜?'
기아자동차가 내년 초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K9의 현지명을 K900으로 잠정 확정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K9의 이름이 총 3개로 늘어났다.
23일 기아차에 따르면 국내에서 K9으로 이름 붙여진 기아차의 대형 프리미엄 세단은 현재 중동 등의 지역에서 쿠오리스(Quoris)라는 수출명으로 판매되고 있다. 당초 미국, 중국 시장에서도 쿠오리스로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아(KIA)를 의미하는 K와 대형세단을 상징하는 900을 합쳐 K900으로 잠정 확정된 상태다.
완성차 업체가 현지 마케팅을 위해 차량의 현지명을 따로 짓는 경우는 많으나 브랜드 이미지와 직결되는 대형 프리미엄 세단의 이름을 수출 지역별로 다르게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S클래스는 물론이고, 현대차가 출시한 에쿠스, 제네시스도 전 세계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판매되고 있다.
기아차가 K9을 글로벌 시장에서 K9으로 부르지 못하는 까닭은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 때문이다. 영미권 국가에서 K9은 '개(canine)'를 연상시켜 대형 프리미엄 세단의 이미지를 대변하지 못한다.
이에 기아차는 중동 등에 수출을 시작하며 K9 대신 '핵심(Core)'과 '품질(Quality)'의 합성어인 쿠오리스라는 수출명을 결정했으나 이 또한 해외 외신으로부터 '자동차 역사상 최악의 이름'으로 꼽히는 등 논란이 일었다. 결국 기아차로선 주요 시장인 미국, 중국 등 진출에 앞서 새로운 이름이 절실했던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오리스는 현지 사람들조차 발음이 어렵고 합성어인 점을 감안해도 이름이 담은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K9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평소 업무차량으로 즐겨 타는 차량인 데다 기아차가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출시하는 대형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점에서 사내에서 차지하는 중요도가 크다.
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중국 시장에서도 K9을 출시한다. 중국은 영미권 국가가 아니지만 중국 BYD가 선보인 전기버스의 이름이 K9으로 동일해 수출명 사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동일한 K900뿐 아니라 현지 마케팅을 위한 새로운 이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 K900의 연간 판매량을 5000대로 설정했다. 이는 2011년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에쿠스의 연간 목표(2000~3000대)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V6 3.3L, 3.8L 외에 V8 5.0L 엔진까지 탑재했으며 가격은 5만~7만달러대로 추산된다. 기아차는 현대차가 에쿠스 출시 때 활용했던 '쇼룸 안의 쇼룸' 전략을 벤치마킹해 정예 매장에서 별도의 교육을 받은 딜러가 K900을 판매토록 할 예정이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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