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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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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0장 뜻밖의 방문자(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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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사의 차는 곧 비포장도로를 벗어나 국도를 따라 기분 좋게 읍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 사이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데 마치 오랫동안 갇혀 있던 새가 새장 밖으로 나온 느낌이었다. 차는 곧 읍내로 들어섰다. 변두리 읍이라지만 그래도 살구골 골짜기와는 달리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가게는 봄기운으로 한창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누군가 긴 호스로 가게 앞 길바닥에 흥건히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진짜 짜장면 먹을거야?”
“아니. 농담이었어. 맛있는 거 사줘.”
동철의 말에 하림이 맥아리 없이 웃으며 대꾸했다. 아침을 펑크 내서 그런지 그렇지 않아도 배가 고팠다.
“내가 좋은 데 한 군데 아는데..... 매운탕 좋아해요?”
윤여사가 백미러를 보며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그래놓곤 하림이 대답도 하기 전에,
“민물새우 매운탕 하는 집인데, 국물이 끄은~내줘요! 어때요?”
하고 라면광고 흉내를 내며 말했다.
“좋죠.”
하림이 구미가 당긴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을 보냈다.

“와, 역시 재영누님 고향 바운드리라 다르네. 여기서 언제까지 살았수?”
동철이 괜히 끼어들었다.
“고등학교까지 여기서 다녔어요. 그러다가 서울로 갔지.”
“아련한 여고시절이라.... 우연히 만난 사람, 그것이 나에게는 첫사랑이었어요. 어쩌구저쩌구 하는 노래가 떠오르는구먼.”
“아이코! 이제 늙은 할망구가 되었다, 그 말이죠?”
동철의 설레발에 윤여사가 진반 농반으로 퉁을 놓았다.
하림은 속으로 웃으며 자기도 모르게 이장 운학을 떠올렸다. 동철이 그런 내용을 알기나 할까. 그리고 윤여사인들 자기 뒤에서 이장이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는 걸 알기나 할까. 아마 그녀가 그걸 안다면 까무러칠지도 몰랐다.
운학이 말했었다.
“내가 아까 젊은 날 윤아무개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다고 했지요. 그래요. 나도 한때 그녀를 죽도록 사랑한 적이 있었다오. 정말 죽도록.... 실재로 목매달아서 죽을 각오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안심하시오. 지금은 아니니까. 후후후.”
그리곤 또,
“일급 상이용사가 되어 돌아왔을 때 그녀가, 그렇지 않아도 고상하기 짝이 없었던 그녀가, 한때는 서로 사랑했던 그녀가, 이건 비밀이오만, 나와 그녀는 입맞춤까지 한 적이 있답니다, 하지만 절름발이가 되어 돌아온 나를 결코 반기지 않았다는 것, 더욱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것은 오래지 않아서였지요.”


그리고는,
“운명과의 외로운 싸움이 시작되는 순간, 어느새 사랑은 분노로 변하고 말았다요. 저주하고, 멸시하고, 자학하면서 말이오. 이젤을 들고 저수지 가에 앉아 있는 그녀를 멀리서만 봐도 무너질 것 같은 불타는 감정과 함께 참을 수 없는 분노 같은 걸 느꼈지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하고 들뜬 표정으로 말했었다.
그런 그를 지금의 그녀가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글. 김영현 / 그림. 박건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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