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역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위의 벽은 높았다.
10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 평가전이다. 한국(FIFA랭킹 56위)은 크로아티아와에 후반 연속골을 허용하며 1대 2로 패했다.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이근호(상주)의 만회골이 유일한 위안이었다.
이날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동건(수원)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 가운데, 김보경(카디프 시티)이 그 아래를 받쳤다. 손흥민(레버쿠젠)과 이청용(볼튼)은 각각 좌우 날개로 나섰다. 중원에선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박종우(부산)가 짝을 이뤘다. 포백 수비는 윤석영(QPR) 김영권(광저우) 곽태휘(알 샤밥) 이용(울산)으로 구성됐고, 수문장 정성룡(수원)이 A매치 세 경기 만에 선발로 복귀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한국은 이반 라키티치(세비야)를 앞세운 상대 미드필드의 압박에 고전을 거듭했다. 압박은 이전 경기만 못했고, 포백 라인도 다소 불안했다. 전반 5분 만에 에드아르두의 침투 패스를 받은 니콜라 칼리니치(드니프로)에게 결정적 기회를 내줬다. 다행히 볼이 크로스바를 넘어가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선 후방에 빠져있던 다리오 스르나(샤흐타르)에 기습적인 오른발 중거리 슈팅을 허용하기도 했다.
한국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전반 21분 이청용이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상대 오른 측면을 무너뜨렸고, 이어진 크로스가 수비수를 맞고 흘러 김보경 앞에 떨어졌다. 김보경의 몸 날린 오른발 발리 슈팅은 골키퍼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전반 34분에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수비진이 허둥대는 사이 라키티치와 페리시치가 연달아 슈팅을 허용했고, 정성룡의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이후 수비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반면 공격에선 원톱 조동건이 기대 이하의 움직임을 보였고, 손흥민도 상대 집중 견제에 시달리며 득점 기회를 잡지 못했다. 결국 두 팀은 전반을 무득점으로 마쳤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승부수를 던졌다. 조동건을 빼고 한국영(쇼난 벨마레)을 투입한 것. 자연스레 구자철이 최전방으로 올라섰다. 제로톱 전술이었다.
한국은 손흥민의 돌파까지 살아나며 조금씩 공격에서 활로를 개척했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왼 측면을 파고 든 뒤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위협적인 왼발 슈팅을 날렸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선 김영권의 헤딩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이청용에게 연속 기회가 찾아왔다. 후반 15분 후방에서 길게 올라온 공을 받아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골키퍼 1대 1 상황을 맞았으나 몸날린 골키퍼가 한발 앞서 공을 쳐내 득점에 실패했다. 1분 뒤에는 김영권의 롱패스에 맞춰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어낸 뒤 때린 슈팅이 마지막 순간 수비수 발에 맞으며 골문을 벗어났다.
연이은 좋은 기회를 놓친 한국은 결국 후반 20분 불의의 일격에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스르나의 프리킥을 받은 레온 벤코(리예카)가 헤딩으로 공을 떨어뜨렸고, 이를 달려들던 도마고이 비다(디나모 키예프)가 가슴으로 밀어넣었다. 실점 이후 한국은 급격히 무너졌다. 후반 25분 왼쪽 측면에서 라키티치가 올린 왼발 크로스를 한국 수비진 사이로 달려든 칼리니치가 머리에 맞추며 추가골을 뽑아냈다. 윤석영이 공중볼 경합에 나섰으나 187㎝ 장신의 칼리니치를 막기엔 무리였다.
한국은 손흥민과 구자철을 차례로 빼고 윤일록(서울)과 이근호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좀처럼 골은 터지지 않았다. 후반 30분 김영권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은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5분 뒤 이청용의 땅볼 크로스를 받은 이근호는 골문 바로 앞에서 수비수의 방해를 받으며 슈팅에 실패했다.
이후 크로아티아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막혀 기회를 잡지 못하던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 만회골을 넣었다. 후반 추가 시간에 이용의 오른 측면 크로스를 받은 이근호의 정확한 헤딩이 크로아티아 골문을 열어 젖혔다. 하지만 주심은 곧바로 종료 휘슬을 불었고, 경기는 한국의 1대2 패배로 마무리됐다.
전성호 기자 spree8@asiae.co.kr
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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