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슬기 기자] "독일 메르켈 총리가 나치 만행에 대해 거듭 사죄하는 이유는 그가 독일의 국가수반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김한길 민주당 대표)
"김 대표가 천막 당사에서의 오랜 노숙 생활로 판단이 흐려진 것은 아닌 지 염려스럽다"(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
정기국회 개회를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의 '막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상대방을 비하하는 표현은 물론이고 과거의 역사를 거론하며 상대 당의 정체성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낯 뜨거운 과거 가정사 이야기도 거론된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야당과 야당 대표에게 경박한 희롱조의 발언을 하고 있는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를 보면서 '뿌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수석은 한동안 전두환 전 대통령을 장인으로 모시면서 '안하무인'격 행동을 배웠는가"라고 했다.
윤 수석이 전날 "집 나간 며느리가 전어 냄새 맡고 돌아온다는 말이 있는데 국회에서 전어 파티라도 해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민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하자 그가 과거 전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사실을 끄집어낸 것이다.
여야의 막말 싸움은 이석기 사태로 잠시 휴전중이던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다시 주도권 싸움에 들어가면서 시작됐다.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처리되자 새누리당은 '단독국회'도 불사하겠다며 야당의 국회 복귀를 재압박했다. 하지만 명분 없이 돌아올 수 없는 민주당은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며 여당의 종북 몰이를 '독재 프레임'으로 돌리려 애를 쓰고 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적어도 추석 연휴까지는 끌고 가며 대여 공세를 이어가겠다는 속내다.
여의도 신경전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피곤하기만 하다. 정기국회 파행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 관련 법률 개정안은 물론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고려한 법안 심의ㆍ처리도 먹구름만 가득한 상태다.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있는 정치권의 모습은 매년 재방송되는 모습이다. 어느 택시 기사의 말처럼 말이다.
"의원님들 올해는 시청률도 안 좋아 보이는데 이제 그만 싸우시지."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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