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매매 회생 기대…"전세대출 확대와 높은 보유세가 거래 막는다" 지적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정부 대책 발표 이후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 전세살이에 지친 세입자들이 새로 출시된 저금리 모기지에 관심이 높다. 집값이 더는 안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들이 있어서 소형 아파트는 거래가 어느 정도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김포 한강신도시 A공인 대표)
지난 1일 오후 서울역 앞에서 M6117번 버스에 올랐다. 신촌과 홍대를 지나 서울을 빠져나간 버스는 한강을 따라 쭉 뻗은 올림픽대로와 김포한강로를 달린 지 40여분 만에 경기 김포한강신도시에 도착했다. 신도시 곳곳에 준공한 아파트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삿짐 차량도 눈에 띄었다.
한 때 교통·생활 여건이 부족해 세입자 찾기조차 힘들었던 한강신도시는 요즘 전세 매물이 동났다. 새 정부 들어 발표된 부동산대책 덕분에 미분양 해소와 함께 전셋값이 두 배나 뛸 정도로 찾는 사람이 늘었다. 지난해 김포한강로가 개통했고 김포공항역과 연결되는 김포도시철도 사업도 진행이 본격화하면서 교통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지난 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대책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특히 1% 대의 저금리 장기 모기지에 대해선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포시 장기동 H공인 관계자는 "매수세가 살아나면 전세대란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와 저금리 모기지 상품을 출시한 건 매매 수요 촉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한강신도시에 전셋집을 구하러 왔다는 김모씨(여·33세·경기 일산서구)는 "생각보다 전셋값이 너무 비싸서 계약서를 쓰기가 망설여 진다"면서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을 신청할까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살고 있는 일산신도시에서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한강신도시를 찾았지만, 높은 전셋값에 매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가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 한강신도시의 경우 전용 85㎡ 매매 시세가 3억원 초반대로 형성돼 있다. 전셋값은 대출 여부에 따라 1억2000만~1억8000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는 10월 새롭게 출시될 모기지 상품을 이용, 1억5000만원 안팎을 대출받으면 저금리로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인근 아파트 대부분은 85㎡ 이하·6억원 이하라는 조건도 만족한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당장 처해 있는 전세대란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실제로 한강신도시 일대 전셋값은 본격 입주가 시작된 2년 전보다 두 배 가량 뛰었다. 경기도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김포한강신도시 수정마을 쌍용예가 85㎡는 2011년 7월9일 9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이 아파트 같은 평형은 지난 달 5일 1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대출이 많은 집들도 나오기가 무섭게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 확대 정책이 오히려 매매를 가로막고 있다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로 전세자금 대출을 팍팍 해주는 데 누가 집을 사겠습니까"라며 "전세자금을 지원하면서 매매를 활성화 시킨다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와 같은 주택 시장 상황에선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세금 전반을 인하하지 않는 한 전세난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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