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이재성(가명·32)씨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인근에 월세 60만원(연 720만원)을 내며 살고 있다. 그 동안은 월세소득공제 신청을 하지 않았었지만 이번 전월세대책으로 소득공제혜택이 대폭 늘어난다는 세무사의 설명을 듣고 혜택을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 해까지 300만원 수준의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었던데 비해 올해는 132만원 오른 432만원 가량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 하지만 집주인을 만난 이후 마음을 접었다. 소득공제를 받고 싶으면 월세를 올려달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 이 씨는 “소득공제 요청에 월세부터 올려달라는 집주인 때문에 어쩔 방도가 없다"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근로소득자가 주택임차료 월세부분에 대해 국세청에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혜택이 확대된다. 월세소득공제율은 50%에서 60%로, 연 300만원이었던 소득공제한도는 5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정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8·28 전월세대책'을 발표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월세 부담을 완화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킨다는 취지다. 하지만 세금 부담 증가, 소득 노출을 꺼려하는 집주인들이 많아 월세가 오히려 상승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집주인들이 세입자의 월세소득공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임대인 상당수가 소득세 신고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입자가 월세소득공제혜택을 받으면 집주인은 자동적으로 임대소득이 생겨 그 동안 소득신고를 하지 않은 집주인이라면 세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과 국세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서울 월세거래건수는 4만7421건, 2011년 9만8863건이다. 이에 반해 월세소득공제를 신청한 월세세입자는 2010년 전국에서 1만4939명, 2011년에는 1만4810명에 그쳤다. 월세소득공제 전국 신청 건수가 서울 월세 거래건수의 3분의 1도 넘지 못하는 꼴이다.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 K부동산 대표는 “(월세소득공제는)가급적이면 안 하는 게 낫다”며 “혜택 받아봐야 얼마 받지도 못하는데 오히려 집주인이 월세를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집주인이 부담하는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월세를 올려 받을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어 “간혹 소득공제를 신고하려 하면 (계약 만기 시)방을 빼라는 집주인도 있다”며 “세를 많이 받는 입장에선 세원 노출을 꺼려한다”고 귀띔했다.
한 세무사는 “새로운 공제율 기준 당초 6480만원의 임대소득을 신고한 임대인이 720만원(월 60만원)의 임대소득을 추가로 신고하게 되면 166만원 가량의 세금이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를 계산해보면 집주인은 월 13만원가량을 더 받아야 기존의 수입을 유지할 수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대책에는 월세소득공제 확대뿐 아니라 장기보유특별공제등 매입임대사업자를 위한 세제지원도 나왔기 때문에 형평성은 맞춰줬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박원갑 KB부동산 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소득공제를 하려는 세입자는 늘어날 것”이라며 “월세소득에 대한 세금이 부담스러운 집주인들은 전세로 돌리는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