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주택 취득세가 영구 인하된다. 이르면 다음 달부터 6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 실거래가의 1%, 6억~9억원은 2%, 9억원 초과는 3%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다주택자 차등 부과도 폐지된다. 이번 조치가 주택 거래를 정상적 수준으로 회귀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월세 대책을 마련하고 당정협의를 거쳐 확정·발표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6억원 이하 주택의 경우 현재 2%인 취득세율을 1%로, 6억원에서 9억원 사이 주택은 기존과 같은 2%, 9억원 이상은 4%에서 3%로 영구 인하된다.
다주택자에게 부과돼온 4%의 취득세율도 폐지되고 주택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취득하는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만 취득세를 부과 받게 된다. 주택 거래가 극도로 침체돼 있는 만큼 국회 입법 과정에서 9월부터 소급적용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 가격 상승이 미미한 상황에서 2~4%에 달하는 취득세는 심리적으로 큰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취득세율이 미국·영국 등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짐에 따라 주택시장 정상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토부에 따르면 1% 취득세율 적용구간인 6억원 이하 주택은 전체 재고 주택의 94.3%(수도권 89.3%)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관망세로 돌아섰던 실수요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취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 여부에 따라 주택 거래량은 엇갈렸다. 실제로 지난 1~6월 적용됐던 취득세 한시 감면이 종료된 직후인 7월 주택 거래량은 전월 대비 무려 69.5% 급감했다. 이 때문에 취득세 한시 감면은 정부의 단골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취득세 감면 이후 나타나는 거래절벽 사태와 시장 혼란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다소 아쉽지만 주택 거래 정상화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취득세 감면 반복에 따른 거래절벽 사태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주택 가격에 따른 취득세 차등 적용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가격이 비싼 주택에 대해 거래세를 높게 책정하는 것이 조세정의에 맞는 것인지 엄격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취득세 영구 인하를 확정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이다. 취득세는 지자체 예산인 지방세의 26.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득세에서도 주택 거래에서 발생하는 세수는 35%에 달한다.
전국시도지사연합회는 지난달 23일 공동성명을 통해 "부동산 거래 활성화는 국세인 양도소득세 개편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통설"이라며 "취득세율 인하는 지방재정 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6억원 이하 주택의 취득세율을 1%로 내릴 경우 연간 지방세수는 2조4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취득세 감면으로 발생하는 세수손실을 전액 보전해준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기능ㆍ재원 조정방안을 확정해 오는 9월 중 세수보전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취득세 인하안의 국회 입법 과정은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법안 통과 일정이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초 정부안이 대폭 수정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4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표됐던 '4ㆍ1부동산 대책'도 국회 입법 과정에서 취득ㆍ양도소득세 감면 적용 범위를 두고 여야가 장기간 대립하면서 시장 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경기에 따라 차이가 큰 지방세 체계를 전반적으로 손봐야 할 때"라면서 "이번 대책이 주택거래 정상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국회의 조속한 입법과 양도소득세 중과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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