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미·러 양쪽 다 안 만날 것"
트럼프, 희토류 50% 요구안도 거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곧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 회담을 한다고 밝힌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도 종전협상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 밝혔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회담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둘러싼 신경전이 예고됐다.
젤렌스키 곧 사우디행…"미국인·러시아인 둘 다 안 만나"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현지매체인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등을 곧 공식 방문할 계획이지만 이들 국가에서 러시아나 미국 대표단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제1부총리도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사우디 방문을 준비 중이며 중동 국가들과 다양한 형태의 경제협력을 모색할 것"이라며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 에너지, 농업 분야 등에서 사우디와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함께 만날 것을 시사했지만 이를 바로 부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국제공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 둘 다 싸움을 중단하기를 원한다"며 "종전을 위한 대화에는 젤렌스키 대통령도 관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빠른 휴전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가 요구한 휴전 조건을 대부분 수용할 것으로 예상되자 우크라이나 측이 여기에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유럽 전문 매체 유락티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종전협상에 유럽국가들이 참여할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전략은 장기간 대화가 아니라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적어도 오는 4월 이내에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관리들에게 4월20일 부활절까지 우크라이나 휴전을 확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희토류 소유권 50% 요구안도 거절…"안보보장 내용 없어"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안보보장 대가로 요구한 희토류 소유권 양도안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상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운 군사지원을 약조하지 않고 과거 지원에 대한 상환차원에서 희토류 소유권을 요구하면서 여기에 반발했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광물협정에서 과거 군사지원에 대한 대가로 희토류 소유권의 50%를 요구했다. 추가 군사지원이 아닌 과거 군사지원에 대한 대가로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FT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지난 12일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의 광물협정을 제시했다"며 "베센트 장관이 전달한 문서에는 과거 군사 지원에 대한 대가로 우크라이나 자원을 확보하는 것만 언급하고 있으며, 향후 지원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는 광물 매장지를 미국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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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군사지원을 받아낼 지렛대로 여겼던 희토류 소유권 양도 협상이 사실상 엎어지면서 앞으로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협상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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