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지난 19일부터 시작된 이번 주파수 경매 과정은 크게 1단계 오름입찰 50라운드, 2단계로 추가 1라운드의 밀봉입찰을 통해 이뤄졌다.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복잡한 경매 방식인 만큼 이통3사의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지난 19일부터 10일 동안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경매를 주관한 미래창조과학부는 매일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1일차부터 3일차까지는 밴드플랜1이 승리를 이어갔다. 이 시기는 업계 안팎의 예상대로 밴드플랜1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2에 KT가 입찰하는 대결구도가 전개됐던 시기다. KT는 타 2사가 올린 금액에서 되도록 적은 금액만 올리거나 연속 패자 전략을 활용하며 밴드플랜2의 가격 상승을 억제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일차 들어 입찰 블록을 변경하는 등 전략을 바꿀 듯한 조짐이 보였으나 큰 변화는 없었다.
4일차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밴드플랜2가 전일대비 590억원 늘어나며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3사의 전략이 본격적으로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1에서 밴드플랜2로 넘어오며 최대한 실익 챙기기에 나서고, KT는 계속 D블록 입찰을 유지하면서 상승폭을 최저로 유지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느 쪽이 ‘시프트’를 주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안팎에서는 SK텔레콤이 C2블록 베팅을 시작한 듯 하다는 평이 많았다.
밴드플랜2 총액이 크게 늘어난 탓에 5일차에도 밴드플랜이 이겼다. 이통사간 머리싸움이 치열해지자, 전날까지 여섯 라운드씩 진행됐던 경매도 이날부터 하루 다섯 라운드으로 늦춰졌다. 6일차부터는 다시 밴드플랜1이 이겼다. 밴드플랜 총 입찰액 상승폭도 밴드플랜1이 더 커 치열한 3사간 견제를 짐작케 했다.
경매 8일차, 밴드플랜1은 아무도 입찰하지 않아 최저가를 기록하고 밴드플랜2에 경매 시작 이래 가장 높은 737억원이 더 붙으며 본격적 대결이 벌어졌다. 3사가 모두 밴드플랜2로 모이기 시작하며 오름입찰 경매의 최대 변곡점이 닥쳤다. 가능한 몇 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밴드플랜2의 C2블록에서 경합했을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다. 본격적으로 SK텔레콤의 전략적 행보가 가시화된 것이다. 경매 하루 전날인 9일차 결과도 비슷했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C블록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밴드플랜을 오갔을 것이며, SK텔레콤이 밴드플랜2에서 본격적으로 입찰액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밀봉입찰까지 간 마지막 날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미래부는 “세부 라운드별 결과에 대해서는 사업자의 경영이나 영업에 대한 중요한 정보로 밝힐 수 없으며, 해외에서도 마찬가지 이유로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에서는 최종 밀봉입찰에서 약 190억원 차로 밴드플랜1이 밴드플랜2에 졌으며, LG유플러스가 거액을 들여 C1 확보를 노렸으나 SK텔레콤이 C2 입찰가를 더 올리면서 패배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3사는 원하는 블록을 갖거나, 낮은 가격에 가져가며 실리를 챙겼다. KT는 인접대역 D블록을 가져가 기존 대역을 넓혀 광대역을, SK텔레콤은 C블록을 확보해 광대역을 이룰 수 있게 됐다. LG유플러스는 최저가격으로 B블록을 얻게 됐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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