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영국 정부의 군사대응 계획이 영국 의회에서 가로막혔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영국 하원은 이날 밤 7시간에 걸친 토론 끝에 시리아 군사행동 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반대 285표, 찬성 272표로 부결시켰다.
데이비드 카메론 총리가 속한 보수당 내에서 반대표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카메론 총리는 표결 직후 "영국 의회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을 보고싶지 않아 한다"면서 "정부는 이에 부응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부결된 시리아 공습 동의안은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을 막기 위한 합법적 차원의 인도적 대응 조치를 승인하고, 군사개입을 위한 표결은 유엔조사 발표 후에 추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 정부는 야당과 여론의 반발에 밀려 애초 추진한 유엔 승인 없는 조기 공습방안 대신 유엔조사 발표 후 의회 승인을 거쳐 군사개입을 진행하는 대안으로 선회했으나 이마저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미국과 함께 시리아 군사개입을 주도해 온 영국의 제재 계획이 의회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다음 주로 예상되던 서방국의 시리아 공습 계획은 차질이 예상된다.
앞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은 이날 오후 유엔본부에서 이틀째 시리아 사태 해법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열린 비공개회의는 러시아 요청으로 열렸다. 5대 이사국은 회의에서 '화학무기 사용으로 수백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상황에서 시리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내용으로 영국측이 내놓은 결의안 초안 채택 여부를 논의했다.
그러나 회의 시작 45분만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끝났다. 회의 뒤 각국 대표는 일제히 "아무런 할 말이 없다"면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러시아는 이날 회의에서 시리아에 군사개입을 할 만한 증거가 아직 없다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의 즉각적인 군사개입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공영방송인 PBS에 출연해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응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회의가 이틀째 무산됨에 따라 시리아에서 유엔 조사단의 활동이 끝나는 즉시 미국이 국제사회의 결의 없이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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