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유신헌법에 반대하다 박정희 정부의 긴급조치 위반자로 첫 심판대에 올라 유죄 판결을 받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이 39년만에 혐의를 씻었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는 29일 백 소장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974년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형이 확정된 지 39년만이다.
백 소장은 故장준하 선생과 함께 '개헌 100만인 선언'에 나서는 등 유신헌법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다 긴급조치를 위반한 첫 피고인이 됐다. 비상보통군법회의는 1974년 2월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고, 백 소장은 항소했지만 한 달 뒤 비상고등군법회의는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2년 형을 확정했다.
유신헌법 53조는 대통령의 자의적인 판단으로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조치를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1974년~1975년 긴급조치 1~9호를 발동했고, 그 중 1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부정·반대.비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국민을 영장 없이 가둬둔 채 군법회의에 넘길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0년 12월 긴급조치 1호에 이어 올해 5월까지 9호, 4호에 대해 차례로 위헌·무효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3월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백 소장과 함께 기소돼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의 판결을 받았던 장 선생은 유족의 재심 청구로 지난 2월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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