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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朴대통령의 '대기업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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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기업인들의 노력에 대해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애쓰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내 10대그룹 총수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소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직접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총수들의 발언 내용에 대해 일일이 답했다. 물론 간담회에 배석한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후속 조치 지시도 잊지 않았다.

재계의 우려와는 달리 간담회 분위기도 경직되지 않고 자유스러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박 회장은 "잔뜩 긴장하고 갔는데, 간담회가 틀에 짜여져 있지 않아 한숨 놓았다"며 "참석자 모두가 박 대통령의 진정성을 느낄수 있었다"고 간담회 분위기를 전했다.


모처럼 재계가 활짝 웃었다. 이날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10대 그룹 총수들은 긴장 모드였다.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의 대기업 총수들이 횡령과 배임, 탈세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재계의 분위기가 얼어붙어 있었다. 상법개정안, 주주총회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의 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 추진도 재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오찬간담회에 참석하기 전 까지 그룹 차원에서 고위 경영진들이 투자 계획과 건의사항을 재점검할 정도로 비상 모드였다"며 "간담회 전만 하더라도 상법개정안 등 재계 현안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것 조차 힘들 것으로 봤다"고 전했다.


이같은 재계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대기업 달래기' 발언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가 대기업 옥죄기나 과도한 규제로 변질되지 않고 본래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정부가 신중히 검토해서 많은 의견을 청취해 추진할 것" 등등.박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보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대기업들 고충 살피기에 상당히 애쓴 흔적이 보인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지금이야말로 각 기업에서 적극적이고 선도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에게 호소를 한 것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절실한 탓이다.


저성장 고착화의 신호는 이미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8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달러 이후 5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여기에 잠재성장률의 추락은 미래 경제 전망을 더 우울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다.


이런 맥락에서 볼때 이제는 정부와 재계가 대립각 보다는 손을 잡아야 할 때다.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 옥죄기' 보다는 직접 청취한 대기업들의 고충이나 애로사항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대기업들도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열중하기 보다는 이날 약속한 대규모 투자 계획과 고용 창출 약속을 실천으로 옮겨야만 한다. 박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의 '호언장담'(豪言壯談 )이 '허언'(虛言)에 그치지 않길 지켜 볼 일 이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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